건강클리닉 건강클리닉 - 평생의 반려자, 냄새로 찾는다구요? 김종성


평생의 반려자, 냄새로 찾는다구요?

사촌을 좋아하는 메추라기


캘리포니아 대학의 동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여러 가계의 메추라기 알에서 태어난 수컷, 암컷들을 함께 섞어 그들이 어떤 상대와 주로 교미하는가를 관찰해 보았다. 그 결과 메추라기 수컷의 구애 대상은 아무런 친족 관계가 없는 암컷도 아니고 자신과 혈육 관계인 누이도 아닌, 사촌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서로 섞여 자랐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사촌인지 알 리는 없다. 즉 메추라기는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과 닮은 메추라기를 좋아하게 되는데, 다만 너무나 닮은 경우는 피하는 것이다.
사람도 메추라기처럼 부부끼리 닮은 것이 보통이지만 이처럼 닮은 개체를 선택하는 이유는 유전자의 이기성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말대로 이 세상의 주인은 유전자이고 생물은 단지 그 껍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보면, 유전자는 당연히 자신의 것과 염기 서열이 많이 중복된 유전자를 찾아 복제하려 할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유전자 증식에 있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또 어린 수컷 생쥐를 엄마 쥐의 유방과 질에 레몬 향을 항상 뿌리면서 키워 보았다. 그 수컷이 다 자란 뒤에 레몬 향을 뿌린 암컷 쥐와 그렇지 않은 암컷 쥐 속에 각각 두어 보니 그 쥐는 레몬 향을 뿌린 암컷 쥐와 더 빨리 교미하였다. 따라서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고르는 기전에는 후각 기능이 관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체취를 가진 남자를 좋아한다는 최근 보도가 생각난다.

유전자는 유전자를 알아본다

그렇다면 왜 메추라기는 자신과 아주 닮은 상대방은 오히려 멀리하는 것일까? 이는 분명 유전병 때문일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한쪽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이것을 한 쌍으로 온전히 갖게 되면 그 개체는 죽거나 병에 걸린다. 이런 비극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가까운 짝은 피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이들 개체의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야마자키(Yamazaki)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수컷 쥐는 H-2 유전자가 상이한 두 종류(H-2K, H-2D)의 암컷 쥐의 소변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데, 교미 상대로는 자신의 것과 다른 유전자 종류를 갖는 암컷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유전자는 개체의 면역 기능과 관계되는데, 이런 식으로 면역 반응의 충돌을 막고 다양한 종류의 자손을 퍼뜨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인간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결혼한 727쌍의 남녀와 독신자 133명을 선택하여, 결혼한 그룹은 부부끼리, 독신자 그룹은 임의로 짝 지은 남녀끼리 비교해 본 연구가 있다. 그 결과 독신자 그룹에 비해 결혼한 그룹 남녀의 HLA1 항원 차이가 더 뚜렷했으며, 페로몬 물질 냄새에 대한 기호의 차이가 더 컸다. 이 사실은 우리 인간도 지나치게 가까운 사람은 피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택은 주로 후각을 사용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추측케 한다.

연애 결혼이 좋은 이유?

인간은 후각이 쇠퇴한 동물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후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와 닮은 사람을 고르되 너무나 가까운 사람은 피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결혼은 역시 중매보다는 연애 결혼이 좋을 듯하다. 혹 중매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사진으로 얼굴만 볼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상대방의 냄새를 충분히 맡은 후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요즘 발달된 향수 때문에 이 방법도 별로 성공할 듯싶지는 않다. 그래서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일까?

글쓴이 김종성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