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이제 술은 그만 드세요 유재범

몇 년 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오후시간 때부터 9시까지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는데, 거의 매일 저녁 7시쯤 되면 편의점을 들르는 한 단골 아저씨가 계셨다. 항상 흙투성이 허름한 옷차림에 피곤에 지친 얼굴이면서도 소주 2병씩을 사들고 가셨다. 아마도 잡부 일을 하고, 퇴근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술로 달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곤 했지만, 뵈면 뵐수록 알코올에 취해 퉁퉁 부어오르는 아저씨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한 말씀 드리기로 했다.

“이제 술 그만 드시고 몸 좀 추스르세요. 그러다가 가족들만 남기고 혼자 돌아가시면 어떡하신대요.”

“어이구, 이 사람아. 가족 얼굴 안보고 산지도 몇 년 됐어.”

나는 더 이상 묻거나 만류하지 못했다. 내가 술을 안 판다고 해도 근처 슈퍼에서 사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가족들 얼굴 안 보고 산지도 몇 년 됐다는 이야기는 또 무슨 말인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전 파트타임을 맡은 사람이 갑작스레 일이 생겨 순번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편의점 일을 시작했는데 10시쯤 되었을까? 그 아저씨께서 오셨다. 늘 퇴근할 때쯤에 들렀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아침부터 오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았다.

“오늘은 술 사러 온 거 아냐. 가족들 보러 몇 년 만에 고향에 내려가는데, 애들 줄 과자 좀 사려고 왔어.”

그날 이후, 그 아저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저씨가 고향의 가족들까지 등지고 잡부 일을 하면서 술에만 의존해야했던 구구절절한 사연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술은 그만 드시고 고향의 가족들과 함께 다정하게 밥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계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때 내가 이제 술은 그만 드시고 가족들 좀 생각하라고 넌지시 건넸던 말이 아저씨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계기가 됐을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