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욕쟁이 아저씨 김중대

2004년 3월 어느날. 다녀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오늘 구○○ 씨가 또 오셨다. 이 아저씨는 정신지체 2급이고 기초생활 수급자다. 긴장! 이 아저씨가 오면 항상 긴장이다.

오늘은 어쩐 일이시냐고 물으니 정신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할 생각이란다. 동사무소를 방문한 용건은 내게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소송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또 욕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나쁜 놈들! 강제로 감금해 놓고, 정신병자 만들어 놓고, 나쁜 놈들!!”
이 아저씨, 한동안 안하던 욕을 또 시작한다. 입도 얼마나 걸쭉한지 정말 다양한 욕을 읊어대는데….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순간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무료 법률 제도에 대해 안내하고 상담 이용 방법을 설명해 드렸다. 이분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해 달라는 대로 안내를 해 주어야지 그렇지 않고 설교(!)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 일쑤다.

돈 많이 벌어 국선 변호사 말고 자기가 변호사를 사서 소송을 할거래나?…. 한동안 괜찮은 것 같더니 요즘 또 잘 안 되나 보다.
“돈 많이 버세요. 아저씨는 잘 하실 거예요. 예쁜 따님도 있으시잖아요.”
이분은 딸 얘기만 하면 얼굴이 환해진다.
“그럼요! 우리 딸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만들어 줄 건데!”
딸 얘기를 할 때는 얼굴이 환해지고 기분이 좋더니 또 세상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며 욕을 하신다.

그래도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지셨다. 처음에 만날 땐 생김새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어찌나 무섭던지…. 이분은 누구든지 첫 대면을 할 땐 항상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아마도 자기 방어를 위해서 그런 건 아닌지…. 자꾸 만나고 얘기하다 보니 지금은 정말 많이 부드러워졌고 얼굴에 웃음도 생기고 말도 좀 부드러워졌다. 내 앞에선 순한 어린 양으로 변하기도 하고.

이분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대할 것, 그리고 정말 악한 사람은 없으며 환경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는 것….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주시며 시원하지 않아서 어쩌냐고 하신다. 아마 일주일쯤 후면 다시 뵙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