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아름다운 부부 이문신



오늘도 어김없이 아주머니와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내 목소리는 경쾌하다. 내 인사를 받고 어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린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은 훈훈해진다.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는 점심 때면 손님(?)이 오신다. 바로 도시락을 준비해 오시는 아주머니시다. 말이 도시락이지 메뉴에 따라 돌솥이며 냄비까지 따라오는 진수성찬(?)이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아주머니의 정성이 듬뿍 들어 있다.

아주머니는 중풍을 앓으셔서 거동이 불편하다. 왼손과 왼발이 조금 부자유스럽다. 하지만 힘들게 일하시는 아저씨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신다. 자신이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궁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셨고, 같은 밥이라도 밖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라 웃으셨다.

아저씨 또한 점심을 준비해서 30~40분 걸어와야 하는 그 성찬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비록 힘들더라도 사람은 소일거리가 있어야 함과, 하루 종일 혼자 계시는 아주머니에게 도시락 배달이 흥겨운 외출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하신 아주머니 곁에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안쓰러움 또한 묻어나는 것 같다.

좁은 경비실 안에서 사이좋게 점심을 나눠 드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 사는 맛이 저런 것이지 싶다. 서로 아껴주고, 존중해 주는 모습….
아주머니라고 힘겹게 도시락 싸오는 것이 좋기만 할까? 아저씨라고 가끔은 다른 아저씨들과 점심을 사 먹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두 분만의 시간을 채운다.

가끔 사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질 때면 나는 일부러 점심 시간에 맞춰 산책을 나간다. 어눌한 걸음으로 아저씨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불편한 왼손과 왼발로 밥을 짓고, 보자기에 싸고, 따가운 봄볕 아래 한 걸음 한 걸음 오셨을 아주머니를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내가 그만큼 불편을 참았는지, 그만큼 남을 배려했는지를 돌이켜 본다. 그리고 다시 힘을 얻는다.

세상은… 빠른 걸음으로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록 느린 걸음일지라도 그 안에도 평온이 있고, 노력이 있고, 행복이 있다.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솥을 사이에 두고 맛있게 성찬을 즐기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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