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시어머니의 '작품' 우윤숙



여자로 살면서 가장 풀어 나가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고부 갈등’이다.
‘좋은 시어머니’, ‘좋은 며느리’라는 말은 정말 듣기 어렵다. 내 경험상 그 이유는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어머니를 친구의 시어머니와 비교하고, 내 며느리를 친딸이나 친구의 며느리와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시어머니나 며느리의 부족한 점이 눈에 띄기 마련이고, 서운한 감정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이렇게 생겨나는 갈등을 해결하자면 시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나는 시어머니를 뵐 때마다 얼마나 현명한 분이신지 실감한다.
시어머니는 비교하는 말을 처음부터 ‘원천 봉쇄’ 하신다. 당신의 딸들이 “올케가 말이에요” 하면서 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하면 미리 막는다. 대신에 나(며느리)의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신다. 시어머니께는 딸과 며느리가 애초부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꾸지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그저 며느리의 허물을 딸의 허물처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신다. 그런 시어머니 앞에서 좋은 며느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며느리인 나는 그냥 기분좋게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수년 전 시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많이 편찮으셨다. 시어머니는 항상 시할머니가 쓰시던 요강의 변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내가 “어머님, 뭘 그렇게 보세요?” 하자 시어머니는 “응, 변 색깔이 어떤가 보는 거란다, 색깔을 보면 할머니 건강을 알 수 있거든” 하고 대답하셨다.

나도 벌써 결혼 26년째. 얼마 전 아들이 결혼해 나도 시어머니가 됐다. 나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처신하려고 늘 노력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집안의 고부간 어울림은 순전히 시어머니 ‘작품’이다.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보다 믿고 따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시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시어머니께서 행여 몸이 불편하시더라도 당신이 시할머니께 했던 대로 나도 진심으로 시어머니의 손과 발이 될 것이다. 기분 좋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