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형수께 데이트 신청을 김응진



형수는 내게 있어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우리 집에 시집 와 장사하시는 어머니 대신 시누이, 동생 뒷바라지를 그 작은 체구로 묵묵히 해 내셨죠. 변덕쟁이 사춘기 소녀와 욱 하는 성질의 혈기왕성한 청년을 한 번의 짜증도 없이 다독거려 주셨답니다. 내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 입학식, 졸업식은 물론 군에 가 있는 나를 제일 먼저 면회 온 사람도 우리 착한 형수입니다.

10년 전 형님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후 우리 모두는 형수님께 재가를 권했지만 한 번 시집 온 이상 어떤 이유로도 나갈 수 없다는 형수의 완강한 의지에 형수 친정도 우리도 손을 들었답니다.
철부지 시절 친구들과 밤 늦도록 어울려 다니다가 돈 떨어지고 갈 곳이 없으면 찾아들던 우리 집, 형수는 그런 우리를 위해 야식을 해 대고 머슴애들이 벗어 놓은 군내 나는 빨래까지 해 주셨습니다. 다음 날 깨끗이 세탁되어 다림질까지 된 옷을 입고 출근하면서도 형수의 고마움에 대해선 생각할 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랑 없는 시집살이가 참 힘들었을텐데, 더구나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는 형수를 너무 괴롭혔구나 싶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제는 여동생도 나도 결혼을 해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했지만 두 분은 서로 딸같이 어머니같이 정이 들어 떨어지기 싫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맞벌이 하는 저희 부부를 위해 김치는 물론 밑반찬까지 해다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갓 돌을 지낸 아들 녀석까지 맡겨 놓고 있으니 면목없기가 그지없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형수님의 생신인데요. 그 날은 아내 대신 형수님께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할까 봐요. 맛있는 저녁도 사 드리고 극장 구경에 꽃다발까지… . 형수가 좋아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