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공짜는 역시 즐거워 홍원경



지난 일요일에는 구들장을 벗삼아 하루종일 TV만 보았습니다. 그런데 ‘전국 노래 자랑’이 방송되면서 송해 씨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익살스런 사회를 보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난 봄의 편린이 기억의 우물에서 길어져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의 어느 화창한 토요일이었지요. 그 날 제가 사는 동네에 위치한 대전보건대학 운동장에서 KBS- 1TV의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있다고 해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경을 갔습니다. 평소 TV에서만 보았던 송해 선생님과 악단장과 악단원들, 그리고 TV 카메라맨들과 음향팀 등 진행 스탭들이 모두 나와서 좋은 방송을 위해 고생을 하고 계셨습니다. 특히나 송해 선생님의 좌중을 압도하는 탁월하신 진행 솜씨와 카리스마는 역시 압권이더군요.

초대 가수들의 노래도 ‘공짜’로 즐겁게 구경하고 중간에 그곳을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공연이 이뤄지고 있던 대학 운동장의 입구 쪽에 모 할인 매장의 직원들이 나와서 ‘믹싱볼’(화채 그릇처럼 넓직한 플라스틱 그릇)을 공짜로 주겠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금세 토끼눈이 된 아내는 견물생심이 발동했던지 “얼른 주세요~”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그 직원들은 “공연이 모두 끝난 후에나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기다렸다가 반드시(!) 그 공짜 믹싱볼을 받아가겠다며 모래가 가득 깔린 운동장에 아예 퍼질러 앉았습니다. 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공처가인 저로서야 어서 공연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윽고 가수 현철 씨의 노래를 끝으로 공연이 끝났습니다. 썰물처럼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관객들이 뜻밖의 공짜 선물에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는 욕심이 발동했는지, 출구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혼자 온 어떤 아주머니는 기어코 다섯 개나 되는 믹싱볼을 쟁취(?)하여 가져가는 것을 보노라니 ‘사람의 욕심이란 바다도 메우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아무튼 아내와 저 역시도 믹싱볼을 그예 하나씩 받아 가지고 나온 걸 보면 저도 별 수 없이 세속적인 필부(匹夫)인가 봅니다. 하기야 남편이 애면글면 박봉으로 살아가는 서민이다 보니 아내도 그처럼 공짜에 목숨을 거는(?) 아낙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점심엔 공짜로 받아온 믹싱볼에 비빔밥을 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공짜여서였는지 그처럼 맛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 아무튼 공짜 공연에 공짜 선물까지 받아온 지난 봄의 그 날은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역시(!) 공짜는 좋은 것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