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병사들 점심 초대 김병권


우리가 사는 지역 가까이에는 공군기지가 있고,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10월의 첫주가 군인주일이라서 매년 조촐한 행사를 해 왔다. 국방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지켜 달라는 기도와 점심 식사, 족구 등을 같이 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나눔의 자리이다.

올해도 2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대 급식이 좋아져서 없는 것 없이 잘 먹고 있으니 꼭 음식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용품이나 병사들이 선호하는 초코파이 등을 선물하자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영내 병사들은 밖의 음식을 그리워하고 갈망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서 점심 준비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음식은 중년어머니들의 모임인 성심회에서 주관했다. 목살은 좋은 것으로 미리 주문하고, 특히 김치에 신경을 써서 어머니의 맛이 들도록 했다.

10월 5일! 병사들이 도착했다.
어?! 그런데 많다 싶어 세어 보니 20명이 아니라 30여 명이 차에서 내리지 않는가? 잠시 당황했지만 서둘러 상을 더 차렸다. 주방 밖에서 고기 굽는 봉사자들의 떠드는 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손들이며 냄새와 연기도 잔치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 몫을 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제일 먼저 전후방 현장에 뛰어들어 조국에 봉사하는 노고야말로….”
집에 계신 어머니의 손맛에는 못 미치더라도 이곳 어머니들이 정성과 정을 담뿍 쏟은 음식이니 많이 들어 달라는 인사와 함께 50여 명이 맥주와 소주 등을 들고 서로의 건강을 위해 건배도 했다.
엊그제 전입한 이등병에서부터 50년대 복무를 마친 노장이 함께 어울려 맛있게 먹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음식을 나르며 권하는 봉사자들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맥주와 소금을 뿌리며 적당히 구워낸 목살과 삼겹살! 맛있게 버무린 김치! 푸짐한 묵무침! 구수한 된장국에 햅쌀의 기름기 나는 흰 밥! 이 모두에 어머니들의 정성이 들어 빈 그릇이 달그락 달그락 흥겹게 들고 났다. 즐거운 한시간 반이었다.

귀대에 앞서 인솔 선임자의 “차렷” 하는 구령 소리에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어머니!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분좋은 군인의 날의 오후였다.


글쓴이 김병권은 전북 군산시 옥서면에 살고 있다. 옥서면에는 미 공군기지와 한국군 부대가 있고, 옥봉성당에서 매년 한 차례씩 병사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