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한 해를 돌아보며 김희정 外


땅을 돌아보며

우리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한가운데 평지를 이룬 곳에 다섯 집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이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일년이 되어 우리 식구는 그동안 자연이 네 번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았다.
나무들과 벌레들, 풀들 모두모두 바쁜 한 해였겠지만 그중에서도 ‘땅’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윗집 노부부의 땅은 옥수수와 감자를 첫 소출로 내어놓더니, 그 다음은 고추와 가지, 들깨, 배추 등을 새롭게 잉태하여 늦가을까지 많은 산고를 치뤄냈다. 아랫집의 땅은 첫봄에 황소 두 마리로 밭고랑 정리를 하더니 많은 담배잎을 내고, 지금은 메밀 거둬들이기에 한창이다. 우리집 텃밭도 질세라, 토마토, 오이, 호박, 양배추, 딸기, 케일 등등을 우리에게 앞다투어 안겨 주었다.
이제는 모두모두 쉴 태세다. 알뿌리 식물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흙에서 캐어져 따로 쉬고 있다.
한 해 동안 농약에 비료에 많이 상처받고 아팠지만, 그것들을 모두 품어 안고 땅은 그저 묵묵하다. 무엇을 얼마만큼 했다고 떠벌리는 기색도 없다. 내년이 되면 또 다시 어미의 품처럼 모든 것을 받아 안겠지.
나의 한 해도 그렇게 흘렀다. 이제는 나도 많은 말이나 행동이 아닌 묵묵함으로, 모든 것을 받아 안는 넉넉함으로 이 해를 마무리하련다. 새해에는 또다시 새 생명이 움틀 수 있도록 내 자신을 준비시키며….

글쓴이 김희정은 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주부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아직 2002년 한 해가 다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이나 지났기에 한 해를 마감하는 차원에서 올 한 해를 되짚어 보게 되네요.
올해는 정말이지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큰 사건들이 많았지요. 월드컵이 열려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그다지 좋지 못했답니다. 남편의 사업에 많은 지장이 있었거든요. 남편은 과일 도매업을 하는데 월드컵 기간 동안 과일 먹는 사람이 없었는지 장사가 너무나 안 되었답니다. 그러고 월드컵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풍의 피해로 계속 불경기였죠. 울고 싶은 여름이었답니다.
그 반면에 아주 경사스러운 일도 있었답니다. 결혼 3년만에 어렵게 아기가 생겼어요.
제가 몸이 워낙 약하고 재작년엔 심장 수술을 했기 때문에 많이 걱정을 했거든요. 모든 식구들이 무척 좋아했답니다. 특히 시댁 어른들이 더없이 좋아했어요. 아기를 가진 예비 엄마로서 마음의 준비를 하기가 무섭게 입덧이 심해서 몇달 동안 무척 고생을 했답니다.
그 고생이 끝나기도 전에 시아버님이 갑자기 폐암 선고를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을 하셨어요. 산 넘어 산이라고…. 청천벽력 같은 말들이었답니다. 아직 나이도 많지 않으신 시아버님이 폐암이라니…. 폐암은 말기에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뉴스에선 왜 그리 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지…. 저희 가족들은 정말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는지 모른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힘든 일들이 풀려가고 있답니다. 마치 올 한 해를 잘 지냈다는 것처럼….
남편의 사업도 서서히 풀리고 있고, 저의 입덧도 이젠 조금씩 좋아지고, 뱃속의 아기도 건강해서 내년초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날것 같고. 시아버님은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으셔서 곧 퇴원하셔도 된다고 하구요. 퇴원하면 공기 좋은 시골에 가셔서 얼마간 요양을 하면 아주 좋아지지 않으실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엄청난 일들이 어떻게 올 한 해에 다 있었나 싶네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일들…. 언제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함께 온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윤혜경은 서울시 중랑구 중화2동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