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사람들 새해 다짐 外 최 향 外

새해 다짐

글쓴이 최향은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과장이다.
난 해마다 연초가 되면 그 해 계획을 짜서 수첩에 적어놓고 짬짬이 살펴보는 취미가 있다. 때로는 무리한 계획으로, 때로는 현실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때로는 의지 부족으로, 그리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실천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지만 해마다 거르지 않고 계획은 세운다. 실천하지도 못할 계획을 스트레스 받게 왜 세우냐는 친구도 있지만 이마저 없다면 인생의 방향이 없는 것 같기 때문에 비록 실천하지 못할 계획이라도 해마다 계획만은 빠뜨리지 않고 세우고 있다.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정한 것이 다른 해와 다른 점이었다. 드디어 마흔에 접어들었으니,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의 지침, 그리고 내가 살아내야 할 삶에 대한 각오와 다짐이 다른 해보다 더욱 절실했다. 내가 나에게 하는 다짐이자 나에게 힘을 주는 부적이요,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 지침은 다음 글귀로 대신했다.
“너의 이상을 잊지 마라. 아무런 가진 것이 없더라도, 어떤 역경일지라도, 지금 네가 가진 것으로 시작하라.”
“우리의 나날의 삶, 곧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면,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진정한 힘은 내면의 평화에서 나온다. 깨어있는 마음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치유하는 중요한 힘이 된다.”
“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우리 앞에 닥치지 않았다. 우리는 오직 현재를 살아간다.”
이 말씀들의 출처는 지면이 짧아 밝히지 않는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실 터이기도 하고. 사족을 붙인다면 좋은 말씀은 이미 누군가가 다 말씀하셨다는 사실이다.
난 하루에도 수십번씩 책상 앞에 붙여둔 메모지에 적힌 이 글들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말씀들을 되새김질한다. 이 말씀들 중 어느 하나라도 완전히 또는 부족하게나마 내 것으로 소화할 수만 있다면 올해는 물론이고 남은 내 인생도 풍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양띠 언니

김혜경은 강릉아산병원 기획과 김혜란 씨의 동생이다
언니가 강릉아산병원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처음 병원에 입사원서를 내고 기다리던 언니 생각이 난다. 서류전형에서 내심 불안해했는데 1차 전형을 통과한 후 자신감을 얻고 차근차근 2차 면접시험을 준비했었다.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언니는 당당히 합격을 했고 동생인 내가 봐도 참 대견했다. 입사하고 처음엔 사는 곳이나 사람들이 모두 낯설어 힘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 안심이다.
공부도 예전처럼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 언니와 나는 시간을 짜놓고 같이 공부할 정도이다. 병원 직원 중 한 분의 충고를 들은 후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늦게까지 공부하는 언니가 대단해 보인다.
요즘엔 부쩍 일도 많아져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 같다. 특히 1월 1일에 있었던 한 여고생의 장기 기증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기획과에 근무하는 언니는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언론사 사람들을 돕느라 많이 바빴다고 한다. 몇주 전 언니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그 여고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사고가 나서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여고생이 새해 첫날, 장기 기증을 통해 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었다는 얘기였다. 이에 덧붙여 이 이야기가 단순히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관심을 통해 장기 기증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언니를 보며 벌써 병원 직원이 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많아지면 짜증을 내기 쉬운데 언니는 그래도 잘 참고 잘하는 걸 보니 보기 좋고 안심이 된다. 늘 자신을 통제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니를 보면서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다.
2003년은 계미년, 양의 해다. 언니도 양띠다. 그래서 강릉아산병원보의 ‘양띠들의 아우성’이라는 코너에 새해를 맞아 자기 자신과 하는 두 가지의 약속을 공개했다고 한다. 하나는 지금의 열정과 순수함을 기억하기 위해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각자의 생활로 바쁜 친구들에게 e-mail을 보내는 것이란다. 금년도 언니가 자신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여유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멀리 있어서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건강했으면 좋겠다.



잊었던 친구 생각

글쓴이 권경희는 홍천아산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기예보에서는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린다고 하였지만 이 곳 홍천은 구름 한점 없이 날씨가 맑다. 작년 이맘때 난 물리치료사 국가고시에 합격을 하고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별명이 ‘정보의 하이에나’, ‘호기심 girl’이었던 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소도 모르는 곳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 구인란을 검색했다.
병원협회에서 홍천아산병원의 구인정보를 보고 난 고민도 않고 서류를 준비하여 제출하였다. 며칠 후 우리과 1번이었던 난 바로 뒷번호인 2번 친구도 같은 병원에 이력서를 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는 우리 옆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강의가 끝나면 자연스레 같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집까지 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 친구의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면접을 보러 오던 날 친구 아빠의 차를 타고 함께 왔다. 강릉에서 홍천까지 버스로 꼬박 3시간이 걸리는데 덕분에 편안히 2시간 만에 올 수 있었다. 사실 선의의 경쟁자로 둘 중에 한 명만 합격될 경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합격한 사람에게는 전화로 통보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친구의 부모님은 횡성에서 순대국밥도 사 주시고 장평이랑 진부에 들러 시골장도 구경시켜 주셨다. 친구와 친구 부모님 덕에 출발할 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마치 여행을 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면접이 끝나고 바로 졸업을 하여 그 친구의 소식은 아직 모르지만 이번 설날, 집에 가면 꼭 그 친구를 만나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