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판화 이철수 판화 - 풍경소리 이철수

어디나 아파 누운 사람들이 있고, 일자리 잃은 사람들이 있고,
방황하여 떠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도 위험하고 집안도 위험하고 직장도 위험하고 온통 위태롭고
불안한 곳뿐입니다.
고통의 바다라더니 그 말 그대로입니다.

여유 있어 너무 먹으니 비만과 성인병이 문제인 세상이라 먹고
일삼아 살을 빼는 일도 유행입니다.
외국으로 떠나는 휴가여행에 호사스러운 집치장과 비싼 장신구와
입성들로 신분의 차이를 확인하는 어리석은 세태를 그러려니 하기
쉽지 않습니다. 없으면 없어서 무너지고, 있으면 있어서 망가지는
마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술·마약·환락의 별천지를 좇아가는 삶이 이렇게 흔해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람이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너지고 있으니
다 끝난 것이지요.
욕망의 만화경을 여유있게 굽어 보는 초월과 탈속의 자리조차
물질의 여유를 누려 본 사람들의 몫이 되기 십상인 세상입니다.
세상을 향해 있으면 마음 속에 바람이 거칠게 불어가는지라 짐짓
등 돌려 외면하게 됩니다.

잊고 싶은 것이지요.

오늘도 마음에 바람이 일어 잎이 지고 풍경이 소리소리 지릅니다.
조용하고 깊이 잠드는 밤은 글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