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둣돌 자기 꾀에 속아넘어간 해오라기 안도현


자기 꾀에 속아넘어간 해오라기

몇 달째 연못에는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들은 숨이 막혔습니다. 매일 찾아와 물을 마시던 꽃사슴도 소식이 뜸했습니다. 그때 해오라기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해오라기를 피하라고 물고기들 중 누군가가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해오라기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목이 말라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겠니? 나는 너희들을 큰 강에 데려다 줄 수도 있어.”
“우리가 네 말을 어떻게 믿어? 너는 우리를 한 마리씩 잡아먹으려는 게 분명해.”
“나는 너희를 절대로 잡아먹지 않을 거야. 우선 물고기 한 마리를 나와 함께 보내서 알아보면 되잖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자, 물고기들은 해오라기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외눈박이 물고기를 제일 먼저 보내 보자고 결정했습니다. 해오라기는 외눈박이 물고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리고 큰 강이 흐르는 곳까지 날아갔습니다. 해오라기는 강물 속에다 외눈박이 물고기를 넣어 주었다가 저녁이 되자 다시 입에 물고 작은 연못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연못의 물고기들이 모두 나와서 해오라기를 반겼습니다. 그리고 서로 큰 강으로 데려가 달라고 해오라기에게 매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쏘가리를 물고 날아올랐습니다. 해오라기는 얼마 가지 않아 큰 강이 보이는 버드나무 아래에 내려앉았습니다. 해오라기는 쏘가리를 한 입에 꿀꺽 삼켰습니다. 결국 버드나무 아래에는 해오라기가 뱉어낸 쏘가리의 뼈만 남았습니다.
해오라기는 작은 연못으로 다시 돌아와 물고기들에게 말했습니다.
“호호호, 쏘가리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어.”
이런 방법으로 해오라기는 작은 연못의 물고기들을 한 마리씩 물고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큰 강에 닿기도 전에 물고기들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고 나자, 게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해오라기는 게를 안심시키기 위해 천천히 게 옆으로 걸어갔습니다.
“나는 물고기들을 모두 데려다 큰 강에 넣어 주었단다. 너도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니?”
게는 해오라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오라기야, 내가 너를 꼭 붙잡고 가면 안 될까? 나의 이 집게발로 너의 목을 붙잡고 말이야.”
해오라기는 그렇게 하도록 허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버드나무 아래로 날아가 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버드나무 밑에 쌓여 있는 뼈를 봐라. 그 물고기들이 모두 나에게 먹힌 것처럼 너도 이젠 끝장이야.”
하지만 게는 겁내지 않았습니다. 게는 해오라기의 꾀를 눈치채고 그것에 대비해 이미 살아날 방법을 생각해 놓고 있었으니까요. 게는 집게발에 힘을 주었습니다. 숨이 막힌 해오라기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려가서 나를 큰 강물 속에 넣어라.”
해오라기는 즉시 큰 강으로 날아가 강가에 내려앉았습니다.
“자, 큰 강에 왔으니, 이제, 내 목을 놓고 어서, 어서 물로 들어가세요.”
해오라기는 목을 캑캑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게는 강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게발로 해오라기의 목을 더 세게 꽉 조였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물 속으로 기어갔습니다.

글쓴이 안도현은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