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참 평화 나를 찾는 여행 정목스님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소개서를 써 보라고 하면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내미는 명함을 보면, 어느 기업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고 전화번호는 몇 번, 또는 어느 대학의 교수이고 전화번호는 몇 번이며, 주소는 어디 이런 식으로 찍혀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자기소개서에도 그런 식의 이력들을 적어나가지요.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명함에 적혀있는 내용이 거창하고 길면 사기꾼이기 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감투나 벼슬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그런 사람들의 명함은 대체로 찍혀있는 내용이 길고 거창합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를 따르자면 그런 사람은 사기꾼이기가 쉽습니다.

타인을 속여 이득을 취하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명상센터에 자신의 성격을 찾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에 대해 스스로 속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은 대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알고 보면 그다지 대범하지 못한 경우라거나, 소심한 나머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제약하고 위축시켜 놓았으면서도 그 원인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 채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하는 경우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요.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있는데 하물며 아무리 남편이고 아내이고 자식이라 한들 엄밀한 의미에선 타인인 상대를 어떻게 잘 알고 있다 하겠습니까.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타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알고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이죠. 한 발자국 물러나서 바라보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 또한 편견일 때가 많고, 더러는 터무니없는 것일 때도 많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는 것은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어보고 터득한 것들이 아니라 신문이나 방송, 수많은 책과 홍보물,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은 강의나 정보 같은 잡동사니들에 의해 형성된, 주입된 신념들입니다.

‘빅터 바이스코프’라는 학자가 쓴 <통찰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별을 좋아했던 그 학자는 미국의 어느 천문관측소에서 별을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천문대에 들러 처음 접한 천체망원경으로 별들을 관찰하며 연신 감탄사를 토해내죠. 그렇게 감탄사를 토해내는 바이스코프 박사를 힐끗거리던 사람들은 박사 주위에 모여들고, 이윽고 한 사람씩 망원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바이스코프 박사는 처음엔 그 사람들도 자기처럼 처음으로 별을 관찰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가 깜짝 놀라고 맙니다. 그들은 박사 같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천문관측소에 소속되어 있는 천문학자들이었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하루 종일 천체망원경과 함께 살면서도 그들은 그때까지 한 번도 망원경을 통해 별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연구하는 대상인 별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던 천문학자들.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으려 하는 우리 또한 그렇듯 망원경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와 비슷한 존재들 아닐까요? 내가 누구인지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우리가 필생에 이루어야 할 목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