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참 평화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가득하고... 조원오


일요일 아침, 2층 대법당으로 올라가는데 지하 법당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초등학교 4학년 경진이의 아침 독경(讀經)이 시작된 것이다. 법당으로 향하던 교도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독경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자폐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경진이는 컴퓨터 게임 다음으로 독경에 매우 열심이다. 집에서도 틈나는 대로 독경을 한다고 한다. 독경을 하고 있는 경진이의 편안한 모습에서 자폐의 증후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경진이가 하루 빨리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두 가지 소망이 있다. 하나는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지난 봄, 교당 여성회에서 청소년교화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의류 등을 기증받아 정성껏 손질한 뒤 교도들에게 판매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장터가 알뜰해지고 다양한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 인기가 있다. 나는 이번이 기회다 싶어 나의 살림살이를 점검해보았다. 통장에 큰 돈은 없으나 옷장과 책상서랍 등에 없어도 될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당장 필요한 것 외에 버려야 할 물건까지 보관하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하나를 얻으면 열을 갖기 원하고 열을 얻으면 백을 채우려 한다. 자기의 능력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 오히려 재앙이 따른다.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는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그 가운데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육신·물질 가운데 버려야 할 대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나의 두 번째 소망은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하는 일이다. 이 세상은 크고 작은 은혜로 충만되어 있다. 하늘의 공기, 땅의 바탕,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 자리이타(自利利他)로 도움을 주는 수많은 이웃들,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법률의 은혜가 바로 그것이다.

은혜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에 주위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고 살면서도 은혜 입은 내역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잊고 산다. 하늘의 공기가 있어 숨을 쉬고 살면서도 고마움을 모른다. 은혜가 크면 그 은혜를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물고기가 물의 은혜를 모르는 것과 같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혜를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해외로 입양되었던 한 청년이 모국을 방문하여 “나를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부모를 찾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는 원망할 일보다는 감사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 세상에 태어남을 감사하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감사하며 살자. 원망은 또 다른 원망을 부른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큰 은혜를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