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사랑 작은 몸에 ‘희망의 길’이 열리기를 김지영



병실 문을 열자 보글보글 곱슬머리인 여자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양배추인형처럼 귀여운 모습에 과자를 내밀며 “좀 드실래요?”라고 말하는 상냥한 민진이. 또래 아이보다 더 튼실한 체구, 만화에서 갓 빠져나온 듯 생생한 표정에서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민진이는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답니다. “아기가 태어났는데 배가 볼록하고 하얀색 변이 나왔어요. 동네 병원에서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 곧 나으려니 했는데 결국 증세가 악화돼 생후 3개월 때 아빠의 간을 이식받는 큰 수술을 치렀습니다.” 민진이 엄마는 핏덩이를 업고 거제도에서부터 서울아산병원까지 찾아 온 눈물어린 길을, 기차역 외듯 되짚습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낭(쓸개)을 거쳐 장으로 들어가 소화 흡수와 불필요한 물질의 배설을 담당합니다. 민진이가 앓는 담도폐쇄증은 담도가 막혀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돼 간에 손상을 주는 무서운 병입니다. 간경화가 진행되면 해독작용을 못해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되기에 간이식을 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태로운 고비도 수차례 맞았습니다. 그러나 의료진들의 정성어린 진료와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에서 주선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민진이는 기적처럼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간의 수치가 안정되지 않아 담도관 확장시술을 한 뒤 경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몇 달 후에는 담도관 안에 있는 돌을 제거하는 수술을 합니다. 산 너머 또 산이지만 민진이와 엄마는 늘 웃습니다. 혹시 거제도 바다가 예까지 파도쳐 두 모녀를 간질러 주는 걸까요? 그 넘실대는 쪽빛 파도에 민진이의 담도까지 맑게 씻겨지는 행복한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료진료 상담 :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02) 3010-4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