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정담 행동하는 지성, 아산장학회 남영숙


근 삼십 년 터울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산재단 장학생 1기 강창주 정담동문회 회장(한국청소년예술문화협의회장, 연세대 기악과 76학번)과 29기 학생회장 천국(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99학번), 부회장 김병훈(공주영상정보대 3D 애니메이션학과 03학번)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20기(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95학번)이며 장학생회의 허리이자 30대로 어느덧 세상의 허리가 된 제가 그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남영숙>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리고 후배님. 올해 ‘정담회’가 30기 신입회원들을 맞았습니다. 특히 강창주 회장님은 아산재단 1기 장학생으로서 감회가 남다르시리라 여겨집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후배들의 질문 공세를 시작하겠습니다. (웃음)

천국> 전설처럼 귀동냥했던 아산재단 장학생회의 역사를 오늘 대선배님을 통해서 직접 듣게 돼 매우 흥분되는데요. 먼저 1977년 출범 첫해의 일화를 들려주세요.

강창주> 그해 아산장학생 선발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서 대한민국에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켰어요. 장학생 선발이 일간지를 통해 전국에 공지되었기 때문에 취재 경쟁이 요샛말로 장난이 아니었죠. 장학증서 수여식이 <대한뉴스> 머리기사를 장식하기도 했구요. 제가 뉴스에 나왔다고 은사님이며 학우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바람에 얼마나 어깨가 으쓱했는데요. 물론 캠퍼스에서 유명인이 됐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런 소식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요.

김병훈> 그러면 선배님들의 자긍심도 대단했겠네요.

강창주> 으쓱했죠. 장학금 규모면에서도 당시 최고라던 5.16장학금을 압도했어요. 자랑삼아 일부러 은행이 가장 붐빌 때 수업료를 내러 가기도 했죠.

일동> ???

강창주> 수업료를 내고도 상당한 액수를 거슬러 받아서 대번에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거든요. 하하. 인재들이 공부에만 전적으로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故 정주영 이사장님의 강한 의지 덕택이죠. 수업료에 교재비는 물론, 생활비로도 쓸 수 있을 정도였어요.

천국> 정담회는 출발부터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다른 장학회와는 다른, 이제 서른 살 청년이 된 정담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강창주> 먼저 모임의 이름부터 시작할까요. ‘정담’이란 이름은 ‘물이 흐르면 흐를수록 좋다’는 뜻에서 태어났습니다.

김병훈> 저희는 단순히 ‘맑을 정淨 맑을 담淡’, 맑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강창주> 물이 고이면 썩습니다. ‘끊임없이 흐르기에 더 맑아진다’는 마음으로 ‘ 삼수변 ’이 모두 들어간 한자말을 찾다가 ‘정담’으로 결정을 보았어요. 그리고 이를 보고 왕회장님이 “담담한 마음을 갖자”는 의미를 더하셨지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아산장학생 모임이기 이전에 정담회는 한국의 엘리트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병훈> 대개의 장학재단 학생들은 일 년에 한두 차례 모인다 해도 1박 2일로 명사 특강을 듣는 정도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성적·가정환경 등 다양한 조건과 이유로 선발된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보통 일주일 동안 농촌봉사활동이나 산업체 견학을 떠나잖아요.

강창주> 정담회가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발기인 총회를 갖고서 처음 한 일도 충남 보령으로의 봉사활동이었어요. 그만큼 지식인으로서 사회적인 연대의식과 순수함이 정담회의 매력이죠. 80여 명의 학생들이 보령으로 집결, 의대생들은 아산병원의 의료봉사활동을 돕고 일반 학생들은 농촌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근로봉사를 했어요. 이것도 언론에 다뤄져 화제가 되었죠.

천국> 그렇게 다져진 우정이라면, 초창기 정담인들의 친목이란 굉장하겠군요.

강창주> 전국 어디에서 모임이 있든 정담인이라면 자비를 들여 찾아올 정도였으니까요. 지금 이 엘리트들이 핵심인재로 성장, 학계를 비롯하여 각계 각층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는 일이 무의미할 정도죠. 아산재단의 장학사업이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커져 매해 400여 명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담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란 대한민국 제일이라고 자부할 만합니다.

천국> 정담회가 한 사람의 일생으로 치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칠 서른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저희 학생회도 그 역량과 효과를 극대화하고 회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전략 수립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문 선배님들과의 멘토링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구요.


강창주> 초대 동문회장에서 2005년 동문회장의 책임을 다시 맡은 만큼, 저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한다면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남영숙> 두 분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가 단순히 장학금을 받은 우등생이 아니라 아산장학생회 ‘정담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언제나 이렇게 의식 있는 지식인이라는, 지식인이어야 한다는 긍지와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겸손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5년이 서른 살 정담회가 또 한 번 도약하는 원년이 되리라 믿습니다. 장시간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산재단은 매년 학업성적이 우수한 인재뿐 아니라 영세근로자 자녀, 사회복지단체 학생 등 다양한 대상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장학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또한 장학생들의 자치모임인 ‘정담회’를 적극 지원, 꾸준한 유대관계와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재단은 1977년부터 2004년까지 총 1만7천여 명에게 141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정리와 글· 남영숙 (아산장학생 동문) 사진·이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