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홍석준교수 조명덕



늘어나는 갑상선 암
울산의대 홍석준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를 취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홍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방주인이 수술실에서 살다시피 하니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의’의 분명한 공통점의 하나는 바쁘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초 기사 마감날 오후 6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기자가 성내역에 내린 때가 6시,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양해를 구하려고 전화를 했으나 또 받지 않았다. 10여 분 늦게 도착한 서울아산병원 동관 10층 홍 교수 연구실의 문은 닫혀 있었다. 연구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병원 홍보과의 도움으로 겨우 홍 교수를 수배(?)한 결과 역시 수술실에 있었다.
아무튼 거의 7시에 만난 홍 교수는 “수술이 길어져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잠깐만 쉬었다 하자”며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갑상선 질환은 암이 70~80%로 가장 많고 가장 중요합니다. 안구 돌출이나 안면 홍조, 체중 감소 등의 증세를 보이는 기능항진증도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양성 종양은 미용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갑상선 암이 증가한 것은, 발병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초음파 등 진단 기기 및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아주 작은 종양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암 중 갑상선 암이 4위로 나타났는데 앞으로 더 늘어나 1위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 홍 교수는 “갑상선 암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훌륭한 의사’의 ‘깨끗한 수술’
“갑상선 암은 병의 상태에 따라 급히 수술해야 할 경우와 비교적 나중에 해도 될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입원 순서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수술 일정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 외과의사와는 달리 수술일정을 직접 관리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기자의 확인 질문에 홍 교수는 집도의사가 수술 스케줄을 직접 짜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집도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의 순서를 정해야 하는 만큼 전공의 등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일견 당연한 듯하지만 오늘날 그가 명의로 불릴 수 있는 토대가 된 것 같다는 것이 기자의 느낌이었다.

“기능항진증의 경우 수술도 하지만 최근에는 동위원소 치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양성 종양의 경우 미용적인 문제상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수술하고 있다”는 홍 교수의 연간 수술 건수는 약 400~500건에 달하며, 이중 암이 250~300건을 차지한다.

“갑상선 질환은 수술 결과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 만큼 드라마틱한 경우는 별로 없지만, 수술후 더 이상 재발하지 않는 환자들을 볼 때가 가장 기분 좋습니다.”

“갑상선 수술은 재발하면 할수록 점점 수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한 홍 교수는, ‘드라마틱’한 사례를 기대한 기자의, 의사로서의 보람을 묻는 질문에 비교적 평이하게 대답했다. 하긴 다른 병원 등에서 5~6회 이상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직접 수술한 후 더 이상 재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큰 보람이 어디 있으랴.

명의의 길
1978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홍 교수는 성애병원을 거쳐 서울아산병원 개원 이듬해인 1990년 부임,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분비외과의 길을 걸어오며, 10년 세월에 우리나라 갑상선질환 수술 분야 명의의 반열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내분비외과 분야의 국내외적 활동이, 국력 등에 비교할 때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 내분비외과학회가 창립된 지 4년밖에 안될 정도로 등한시해 온 감이 없지 않고,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도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내분비외과 분야의 국내외적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내분비외과학회 부회장이며, 세계내분비외과학회·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 참석자도 많이 늘어나는 등 내분비외과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국내 내분비외과 분야의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쓴이 조명덕·의협신보 취재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