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과 나 지역사회 교육과 아산 주성민


지역사회교육’, ‘평생교육’이란 용어가 아직도 낯설었던 1968년이었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 시의 지역사회교육 사례를 담은 ‘To touch a child’ 란 영화 시사회를 갖게 되었다. 학교 시설이 개방되어 지역사회에 교육과 문화 생활의 중심, 센터 역할을 감당해 나간다는 새로운 사례가 처음 소개된 것이다. 시사회가 끝난 후 초대된 40명 인사들은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참가자 대부분이 우리 현실 여건상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분위기로 기울어져 가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 때 아산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의 향기가 분위기를 일신해 주었다. 아산은 “나는 학교나 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학교 시설의 개방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인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우면 내 회사라도 개방하겠다”고 말하였다. 그의 발언은 토론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참석자들은 학교 시설의 개방이 필요한 일임을 새삼스레 공감했고, 결국 한국 지역사회학교 후원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학교 교문은 닫아걸고 위험한 거리로 내몰렸던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학교 운동장을 어린이의 놀이터로 개방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학교 문을 열기 시작해서 일출시부터 일몰시까지 아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까지 신나게 뛰어노는 학교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개방된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는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아산의 혜안의 향기를 느낀다. 이제는 아예 학교담까지 헐며 학교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 손에 들어오는 모든 유인물은 나의 교과서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아산은 바로 자기주도적 평생 학습자의 모델이었다. 그래서 기초교육인 초등교육을 중시하였고 초등교사를 존중하였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통해 그렇게 많은 교사를 만나는 것을 보람으로 이야기했고, 교사들은 그런 아산의 교육에 대한 훈훈한 향기를 사랑했다.

아산이 참여하고 관계하는 대부분의 단체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라면 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라며, 바로 골빈당(?)들이라고 크게 웃으며 우리들을 사랑해 주었다. 우리는 늘 이런 유머가 있는 반어적인 아산의 투박한 사랑의 향기를 듬뿍 느끼곤 했다.

아산이 도와주신 내용을 자랑삼아 소개할라치면,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지, 별것 아닌 것 가지고 광 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홍보가 참으로 안된 단체가 되었지만, 덕분에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게 된 역사 덕분에 이제는 신뢰받고 인정받는 단체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아산의 겸손의 향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아산은 우리나라의 미래는 청소년에게 달려 있고, 그 청소년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을 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15년 동안 전국의 30만 부모들이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만나 좋은 부모, 좋은 가정 만들기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아산의 향기는 그 모든 가정에 숨어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산은 기업가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산은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통해서도 전국의 수많은 교육자와 학부모들을 만났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유별나게 사랑했던 아산은 그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교육 열정에서 피어나는 아산의 향기를 전달함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글쓴이 주성민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