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인사 양주석


인사

동네에서나 학교에서 요즈음 학생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당장 큰일이 난 것 같이 어른들이 야단법석이다. 학교에서는 교과 지도 시간은 물론 조회, 종례 시간에 인사 지도는 물론 주생활 목표로 ‘인사 잘하기!’로 정하여 엄격히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나 서클 장, 선배 언니들과 함께 지나가면 선생님께는 외면하고 서클 장이나 선배 언니를 먼저 쫓아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광경을 바라볼 때 학생들의 예절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조금은 섭섭하다는 게 선생님들의 푸념이다. 인사를 하지 않는 학생들을 불러다 일일이 벌점을 주기도 하고 벌을 세워 반성시켜도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신뢰의 인사 대신 겨우 시켜서 하는 억지의 인사뿐이다.

어떻게 하면 인사를 학생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게 할까? 고심 끝에 가뭄에 콩 나듯 한 학생들의 인사 현장을 일일이 메모하였다가 개인적으로도 칭찬하고 여러 학생들 앞에서 칭찬하여 칭찬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보았다. 그리고 인사를 하지 않는 학생에는 내가 먼저 정겨운 인사를 청하고, 인사 잘하는 학생의 인사한 횟수를 누가 기록하였다.

학생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거나 불러다 벌점을 주는 대신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청하고 인사를 잘하는 학생을 기억해 두었다가 책상 안에 참고서나 맛난 초콜릿 같은 선물을 넣어 주는 등 교실에서 자발적인 예절 교육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서클 학생들이 구두를 닦는 봉사 활동을 할 때에는 고맙다고 격려하고, 구두약이 떨어질 때면 구두통에 배춧잎 한 장을 꼬기 꼬기 넣어주며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 학생들의 인사와 봉사 정신을 가꾸었다.

상황은 조금씩 좋아져 갔다. 이제는 자기들끼리 인사에 대하여 어떤 소문이 돌았는지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벌을 서던 학생들이나 무단 결석을 하였던 학생, 가출하였다 마음을 돌이켜 돌아온 학생 모두가 먼저 뛰어와 너도나도 공손히 인사를 한다.

학생들이 내가 출퇴근하는 시간을 용케도 알아 길목을 지켰다 “우와!” 함성을 지르며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정겨운 목소리로 기쁜 인사를 한다. 이제 인사를 하지 않는 학생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바쁜 출근 시간 차량 물결 속에서도 성급한 택시나 버스는 먼저 보내고 내가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청하며 안전 운행과 좋은 아침을 시작한다.

글쓴이 양주석은 청주시 대성중학교 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