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부상대병원 아미봉사단 방은경



사랑이 필요해요
아미봉사단은 1993년 12월 27일, 첫 진료를 시작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 3만여 명을 진료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넘게 매주 토요일마다 한결같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해온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 2동에 영세민 2,000여 명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93년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료 지원 협조 요청이 온 것도 그때였다.
“우리 병원에서는 5개월간 의료 취약 지역 욕구 조사를 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조사해 보니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가장, 모자 세대, 알콜 중독자가 많더군요. 그분들의 경제 사정, 건강 상태, 주변 의료 시설 등도 조사했지요. 조사 결과 의료봉사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미봉사단의 창단 멤버이기도 한 박순규 원장의 말이다.
의료인으로서 지역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부산대학교병원의 교수, 인턴, 레지던트,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리사, 약사, 행정직원, 의대생, 치대생, 간호대생 등이 모였다.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아미봉사단은 이렇게 탄생했다.



문턱 낮추기
첫 진료일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동안 문턱이 높아 병원을 찾지 못했던 그들에게 아미봉사단의 진료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충격적이었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었기 때문에 병이 있는데도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하질 못했던 거죠.”
가정의학과 김윤진 교수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진료뿐 아니라 연 2회씩 보건강좌도 실시하여 질병 예방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간호사를 복지관에 상주시켜 지역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하고 있으며, 무의탁노인, 장기질환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간호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세 노인 및 어린이 건강 검진, 독감 무료 예방 접종, 무료 의치사업, 사회복지시설 원생 건강 검진 등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아미봉사단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높아져 진료 초기 40~50명이었던 환자가 현재는 120명 정도로 늘어났다.

나눌수록 풍요로워집니다
아미봉사단은 병원에 편제된 조직이 아닌 자발적으로 생성된 조직이라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걷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고,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약품을 지원받고 있지만, 늘어나는 환자에 비하면 운영비는 항상 빠듯하다.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미봉사단 회원 300여 명은 모두가 후원자가 되어 영세청소년 학비 지원을 위한 결연사업과 약품 구입비 및 진료 운영비를 위해 매월 복지관에 160여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경로당을 방문하여 떡과 과일을 전달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아미봉사단의 회원들은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는 건강한 세상을 꿈꾼다.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들은 ‘사랑은 나눌수록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진리를 알고 있다. 사랑을 실천하는 그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글쓴이 방은경·아산재단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