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춤추는 한의사, 정경임 원장 남은옥



춤추라, 날씬해지리니
정경임 원장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다. 그녀에게는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 있다. ‘춤추는 한의사’. 그렇다. 그녀는 플라멩코를 춘다. 그것도 아주 잘 춘다. 국립극장 무대에 설 만큼 수준급이다. 그리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춤은 그녀의 인생에 이벤트와 같은 존재다. 춤을 즐기는 만큼이나 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 좋아한다.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그녀는 춤과 한의학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하나로 어울리게 만들어냈다. 한의학 치료에 자신이 배운 춤 동작을 응용한 것이다. 비만치료가 주전공인 그녀는 환자들에게 춤 동작의 일부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춤은 달리기만큼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이라고 확신한다. 플라멩코라는 춤도 하나의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플라멩코
처음부터 춤을 배워 자신의 일에 응용할 목적으로 춤추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춤을 좋아한다. 학창시절부터 춤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러나 춤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춤배우기를 잠시 미루어두고 공부를 했다. 한의대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십수년 간 잊고 지냈다. 그러다 10년쯤 전부터 그녀는 그동안 아껴 두었던 꿈을 시작했다. 사막에서 오랫동안 갈증을 겪다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왈츠, 차차차, 룸바, 자이브, 살사, 탈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춤을 두루 섭렵했다. 3년쯤 전부턴 플라멩코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다.
플라멩코는 어려운 춤이다. 어려운 만큼 매력적인 춤이기도 하다. 어려운 동작 하나 하나가 자기 몸에 익숙해지고 능숙하게 동작이 이루어질 때 기쁨은 누려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불가능해 보이던 춤 동작이 예쁜 몸짓으로 생명력을 얻을 때 그런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순간 그녀는 행복을 느낀다.
춤추는 순간도 행복하지만 정경임 원장은 잠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포근한 침대 위에 몸을 기대고 폭신한 베개맡에 머리를 묻고 잠을 청할 때 가장 행복하다. 춤을 출 때도 행복하지만 춤과 잠 둘 중에서 더 행복한 시간을 묻는다면 정경임 원장을 잠을 선택할 것이다.

눈 속의 꿈
정경임 원장은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하고 즐기는 성격이다.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원하면, 하고 싶으면, 한다.
정경임 원장의 눈빛은 반짝인다. 춤추는 순간에도 일하는 순간에도 언제나 반짝이는 눈속에는 꿈이 담겨 있다. 지금 그녀는 이 순간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끼를 분출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녀는 어디든 찾아갈 기세다. 연극 무대도 좋고, 뮤지컬이라도 좋다. 꿈을 이야기하는 정경임 원장의 상기된 뺨에는 붉은 장밋빛이 물들어 있다.


웰빙이란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진 사람들만이 즐기는 호사로운 생활은 분명 아니다. 진정한 웰빙이란 그런 조건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다소 사소해 보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기는 생활 자체일 것이다. ‘樂’이란 한자가 있다. 즐기다 락, 좋아하다 요, 음악 악. 한 글자에 세 가지 뜻이나 되는 이 한자가 바로 웰빙이다.

글쓴이 남은옥은 아산장학생으로,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