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나눔을 파는가게, 서울푸드마켓 염복남



천사의 음식
서울푸드마켓의 이용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다. 예전의 생활보호대상자를 일컫는 말이다.
잉여 식품을 기탁받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눈다는 개념은 이미 알려진 ‘푸드뱅크’의 그것과 비슷하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푸드뱅크는 물품을 수합하여 복지시설이나 저소득 개인가정 등에 일괄 배분하는 공급자 중심의 배달 서비스를 기초로 한다. 반면, 푸드마켓은 수요자가 직접 방문하여 자신의 필요에 따라 물품을 선택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개념을 모태로 하여 태어났다. 수요자와 기탁자가 함께 하는 장터 형태의 음식 나눔 중개 공간인 것이다.
푸드뱅크와 그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푸드마켓의 진열대는 순수 기탁품들로 채워진다. 몇몇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기탁받기도 하며 영세상인이나 개인의 돕는 손길도 있다. 기탁 방법은 다양하다. 대형업체의 경우 한두 가지 품목을 대량 기탁하고, 개인들은 직접 방문하여 물품을 주며, 택배로 발송하거나 푸드마켓 계좌로 후원금을 송금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곽은철 소장(37)과 최장원 과장(29)에게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물었다.
“한 달에 한 번 말없이 음식 보따리를 풀어놓고 가시는 분이 계세요. 저희는 그 분을 ‘30일의 천사’라고 부르죠.”
“출근하다 보면 문 앞에 상자가 놓여 있기도 해요. 근처 시장에 일 나가시는 분이실 거라 추측만 하죠.”
“간신히 걸어다니시는 분이 기탁품을 들고 오시기도 해요. 몸이 불편하셔서 많이 가져오시지는 못해도, ‘건강하세요. 아프지 마세요’라는 인사를 꼭 해 주신답니다. 그 몇 마디가 저희들에게는 참 큰 힘이 됩니다.”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미담이 그칠 줄 모른다. 행복을 경험한 이들의 행복 자랑은 타박할 일이 못된다.

“불러만 주세요. 어디든 갑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돕는 덕택에 2003년 3월부터 12월까지 기탁받은 물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억 9,000만 원이 된다. 달이 지날 때마다 눈에 띄게 기탁품이 증가한다.
그러나, 회원수의 증가율은 기탁품의 증가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전산으로 집계한 회원 수는 3,800명, 현재도 1주일에 30명 이상씩 늘고 있다. 통계로 보면 하루 평균 120여 명이 이용한다. 이 사람들이 제한된 수인 다섯 가지 품목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기탁품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가정의 도움이 시급하다. 한 가구가 도울 수 있는 몫은 그리 크지 않지만, 네 다섯 가정이 어려운 이웃 한 명을 책임진다고 생각하면 결코 작은 도움이 아니라고 한다. 객체 수가 많은 가정이 도울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기탁자가 굳이 찾아오거나 기탁품을 보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기탁품이 있다는 소식만 주면 거리와 장소를 마다 않고 달려가겠다고 한다. 상주 인력이 3명밖에 되지 않아 기탁처 개발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힘든 가운데에서도 적극적으로 발로 뛰어다니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성실과 열정을 갖게 만들었을지 궁금해 할 것도 없다. 푸드마켓을 찾아주는 이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가 이들에게는 가장 값진 소득이다.
아쉬운 점을 질문하였다. 관계자들은 몸이 불편해서 찾아오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혜택이 적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아쉽다 못해 안타까운 것은 창동점이 서울시에서 유일한 푸드마켓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강남구청에서 이곳을 견학하였고, 내년에 강남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단위로 푸드마켓이 세워져서 거동이 불편한 이웃들이 보다 쉽게 푸드마켓을 찾을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이웃들이 아름다운 음식 나눔에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염복남은 아산장학생으로,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