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아버지와 딸이 함께 꾸는 '인형의 꿈', 조용석, 조윤진 부녀 남은옥



행복한 딸
조윤진 씨. 그녀에게선 인형극에 대한 열정이 물씬 묻어났다. 어린이만이 즐기는 인형극이 아닌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이 있는 인형극,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가득찬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조윤진 씨는 지난 40년간 ‘인형극’ 외길을 걸어온 현대인형극회 대표 조용석 씨의 외동딸이다. 조용석 씨는 386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부리부리 박사를 만든 주인공. 텔레비전에서 보아온 인형극의 거의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형극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렸을 적 여자 아이들이면 누구나 해 보았을 인형놀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만큼 인형을 싫어했다고 한다. 인형은 그녀에게서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아간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뜻이 아닌 줄 알면서도 미술대학에 진학해 웹디자인을 전공했을 정도였다.
그런 조윤진 씨가 뒤늦게 인형극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제 그녀는 인형극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황무지 같은 한국 인형극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버지 선생님
조용석 씨는 모든 인형을 손수 제작한다. 40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태어난 그의 인형은 고운 피부와 화사한 피부색을 자랑한다. 인형의 얼굴에서는 이음새 부분의 바늘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좋아하는 인형은 초기에 만들어진 종이로 된 줄인형인 ‘섹스폰 부는 미녀인형’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줄인형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조용석 씨는 딸에게 인형극을 권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의 의견을 존중해 준 것이다. 그러나 결국 딸은 인형극을 선택했고,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한 가족이 같은 일을 하면 좋은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을 테지만 윤진 씨에게 아버지는 때로는 좋은 스승이고 때로는 힘이 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며, 때로는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조언자이다. 윤진 씨는 아버지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어른들이 보는 인형극
조용석 씨와 조윤진 씨는 ‘인형극은 어린이들의 문화’라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른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다양한 소재의 인형을 개발하는 노력들을 통해서 인형극이란 불모지를 개척해 가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인형극이 늘어난다면 공연 문화가 부족한 현실에 신선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인형극 문화가 정착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글쓴이 남은옥은 아산장학생이며,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