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함께하는 세상에 '나하나'를 더하면, 청아치과 김인수 원장 조은수



스위치를 켜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야. 마치 방안에 스위치를 켜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 순간 세상을 밝게 보게 되는 거지.”
굽이굽이 달동네를 무료로 왕진하며 지저분한, 때론 징그러운 환부를 웃는 얼굴로 만져가며 치료하던 한 선배의 말을 듣는 순간 김인수 원장은 마음 깊은 곳에서 찌르르, 무언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김인수 원장의 세상을 밝히는 스위치가 ‘on’으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김인수 원장은 의과대학 시절 의료봉사팀의 일원으로 적십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그가 가는 곳마다 세상은 조금씩 밝아져 갔다. 1989년부터는 대한적십자사 인천시 지사 보건강사회와 연계하여 노인 치과 진료사업을 펼쳤고, 1992년에는 적십자 청아의료 봉사회(현재는 청아의료재단)를 만들었다. 2003년에는 자선클리닉을 설립하여 많은 무의탁 어르신들께 의치를 기증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저소득 정신장애인들에게 무료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치과 진료만으로 한계를 느낀 김인수 원장은 ‘함께하는 세상 +1’도 제안했다. ‘함께하는 세상 +1’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하나를 사회에 내어놓자는 운동이다. 사회복지사, 의료인, 법조인, 회계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었고, 함께하는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퍼져 갔다.

얼마나 사랑했는가?
처음에는 진찰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며 나섰던 것이 무료 이동 진료버스로 발전하더니 지금의 청아의료재단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경영 마인드 때문이 아니다. 줄 수 있는 것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 직접 발품 팔아가며 나누어 주었던 땀냄새 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것이 재미있고 섬기는 것이 행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이웃을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그것들을 다 해 내지 못했을 때의 자책감이 그를 힘들게 하였다. 하지만, 봉사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랑했는가’라는 데 있음을 깨달으면서 때때로 주체할 수 없이 타오르는 열정을 다듬어 갈 수 있었다.



함께 가야 할 길
아무리 애를 써도 어려운 이웃들이 겪고 있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고난은 해결되지 않았다.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혀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문제도 그 중 하나였다. 불법 체류자라는 굴레를 쓰고 언어의 막힌 담과 편견의 높은 담을 넘지 못해 힘겨워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며 그는 늘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그나마 올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이 제도적으로나마 보장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단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함께 가야 할 길이며 서로 나눌수록 더 행복한 길임을, 김인수 원장은 굳게 믿고 있다.

글쓴이 조은수는 아산장학생으로, 현재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