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우리는 어떻게 웃는가? 김종성



‘인간은 웃는 동물’
우리는 가슴, 가로막 그리고 성대 근육을 적절히 사용해 껄껄 웃는다. 혹은 그저 안면 근육 여러 개를 움직여 미소를 짓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우리가 웃는 동안 몸 근육의 움직임은 단순히 손가락 하나를 구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즉 웃음은 복합 동작이다. 이런 동작은 뇌의 여러 운동, 감각 중추를 사용하며 일사 분란하게 그리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웃기 위해 ‘이제 숨을 들이켜야지’, ‘이젠 내쉬어야지’ 하고 일일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웃음은 이런 운동, 감각 신경의 조화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이것이 우스운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판단은 우리의 뇌 중 가장 최근에 발달한 신피질이 한다. 인간은 신피질을 유난히 발달시킨 동물이기에 웃음이 가능한 것이며, 그렇지 못한 다른 동물들은 웃을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웃는 동물’이라고 정의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주변 상황이 우습다는 것을 판단하는 신피질 부위는 어느 곳인가?

신피질과 변연계의 합작품
간질 환자에서 전두엽의 윗 부분을 자극하면 웃음이 유발된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기능적 MRI를 사용한 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웃을 때 전두엽의 아래쪽이 활성화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과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우스운 상황을 판단하는 곳은 전두엽인 것으로 생각된다.
여성이 호감을 갖는 남성의 조건 중 두드러진 것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인데, 여성들의 이런 요구는 사실 당연하다. 여성은 다름아닌 신피질이 잘 발달된 남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웃는 행위는 판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 행위이다. 감정은 변연계 소관이니 변연계 역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실제로 변연계의 아래 부분인 시상하부에 ‘과오종’이라는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간질 발작이 웃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홍소 발작(Laughing Seizure)’이라고 한다. 물론 간질 발작 당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정상적인 웃음이 아니므로 웃는 동안에 환자들이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결국 인간의 웃음이란 신피질과 변연계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현상이다. 활성화된 신피질과 변연계는 운동 세포들에게 ‘웃어라’라고 명령을 내리고 이 명령에 따라 우리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혹은 안면 근육을 사용해서 웃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의 괴로움
예상대로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는 감정이 사라지고 표정도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유머 감각도 없어진다. 이런 증세를 ‘무감동(apathy)’이라 부른다.
그런데 전두엽으로부터 뇌간에 이르는 웃음 회로에 이상이 생기면 뇌간에 대한 조절 기능이 잘못되어 오히려 지나치게 웃는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친척이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 혹은 의사가 진찰 도구를 가지고 진찰을 하는 동안에 환자는 깔깔거리고 웃는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며 저절로 웃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병적 웃음(pathological laughter)’이라 한다. 뇌졸중에 걸린 후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참석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한 며느리 환자의 괴로운 호소가 생각난다.

웃음의 효과
이런 병적인 웃음이 아니라면 정상인의 웃음은 사회를 부드럽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든다. 게다가 웃음은 웃는 사람의 신체 역시 건강하게 만든다. 이는 변연계 활성화로 인한 신경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된다.
한 시간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백혈구가 증가하며, 특히 ‘자연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 기능이 활성화 된다는 보고가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웃기 때문에 더 오래 산다는 주장도 있다.
가수 이선희 씨의 노래 가사대로 한바탕 웃음으로 잊어버리기엔 이 세상 상처가 너무나 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웃음은 분명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글쓴이 김종성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