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당신의 웃음은 나의 행복입니다 김미선 外



지훈이 이발하던 날

이제 6개월 된 지훈이의 머리는 배냇머리가 뒷머리만 빠지고 앞머리와 옆머리만 길게 자라 있어요. 보시는 모든 분들이 꼭 중국의 변발을 한 어린아이 같다고들 하시죠. 다들 돌 되기 전에 머리를 밀어 준다고들 하셔서 미용실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선뜻 가질 못하고 하루 이틀 날짜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봄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는 한적한 어느 오후, 사랑스런 지훈인 해맑게 웃으며 옹알 옹알 옹알이를 하며 놀이에 정신없이 빠져 놀고 있었어요.
이때 시아버님의 한 마디. “지훈이 이발해야겠네.” 하시더니 전자 이발기를 꺼내시는 게 아니겠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지훈이는 어떤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르고 할아버지를 향해 웃음을 짓고 있었어요. 저는 불안해하며 지훈이를 보고 있었는데….
위잉~ 위잉~ 기계 소리가 나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지훈인 기계 소리가 커질수록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며 자신의 머리 가까이 기계가 오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기계소리가 그쳤는데도 지훈인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으아앙 으아앙 더욱 서럽게 울었어요.
그래서 달래려고 거울을 보여 주었죠. 언제 그랬나는 듯 울음을 그치고 하얀 이를 보이며 활짝 웃는 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천진스런 모습이던지….
빡빡 깎은 머리로 놀고 있는 지훈이의 모습을 보면 머리 자르던 날의 웃음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훈아. 그 맑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엄만 늘 네 옆에서 널 지켜 줄께.
남진아 / 경기도 부천시

성자의 미소? 이웃의 미소!

나는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얼마 전 방송에서 ‘×모 이사장의 비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가 구속되기 전까지 각종 TV와 신문에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던 사진 속의 성자의 미소는 참으로 인자하고 따뜻하게만 보였다.
“매월 10~20만 원씩만 지원하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말기 환자에게 새 생명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라는 호소와 함께 실린 성자의 미소는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었기에 그의 비리에 대한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쯤 부부가 함께 결핵을 앓고 있는 집에 찾아가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여 주었다.
약값과 산소값으로 보조금의 대부분이 들어간다며 이젠 물밖에 먹을 것이 없다며 환하게 웃는 그 분들…. 그렇게 힘드신데 웃음이 나오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일부러 더 웃는다는 그 분들….
선행을 실천한다며 각종 언론의 지면을 차지했던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성자의 미소보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지만 세상에 때묻지 않은 그분들의 미소가 나에게 더욱 더 쓴웃음을 짓게 한다.
김상기 / 충청북도 청주시

엄마의 말 실수

하루는 엄마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범죄 관련 뉴스 보도가 잇달아 나오자 우리 두 모녀는 혀를 쯧쯧 내둘렀다. 문제의 뉴스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주인이 가게를 비운 사이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가게 돈을 몇 차례 훔치다 덜미가 잡혔다는 것.
하지만 뉴스의 내용보다 더 기가막힌 것은 엄마의 한마디.
“도둑한테 고양이를 맡겼으니….”
“푸하하하하~ 엄마 도둑한테 고양이 맡겨서 뭐에 쓴대?ㅋㅋ”
이런 엄마를 보면 지금의 내 언어 장애가 유전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종종 나는 정말 단순한 하나의 단어가 안 떠올라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물어 본다.
“친구야~그게 모더라? 왜 있잖나, 손만 대도 환자들 병이 낳는다거나 갑자기 좋은 일 생길 때 ‘아~이것이다’ 하잖나?”
친구의 답문은…
“기적!”
하지만 나이 스물셋에 치매 80%에 돌입하기 시작한 나와 달리 가끔씩 우리 엄마가 뱉어내는 작은 말 실수는 나를 웃게 만드는 것 같아 좋다.
아~ 문득 모 라디오 방송에서 윤모 DJ가 읽어 줬던 사연 하나가 떠오른다.
“저희 엄마는 요즘 모 드라마를 무척 즐겨보시는데요~. 하루는 주말 밤에 엄마가 서둘러 하시는 말이 ‘얘~ 빌라에서 생긴 일 틀어라~’”
양이공 /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노오란 그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요즘은 각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을 특례입학시키고 있는 형편이지만 전에는 ‘수학 불능’이라는 이유로 어렵게 필기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조차 면접이나 신체검사에서 무조건 다 떨어뜨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디 먼 옛날, 구석진 미개지에서 일어난 일이었냐고 반문이 들어올 만한 사안이지만 지금 나이 사십대 이상은 그런 아픈 경험을 거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1970년대의 말경, 그렇게 부당하게 떨어진 학생들끼리 모여서 지체장애인 대학생회를 만들었는데 나도 그중의 한 멤버였다. 장애가 부끄러운 천형처럼 인식되고 외롭게 소외되어야 했던 그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장애인 스스로도 다른 장애인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던 때였다. 그걸 극복해보고자 모였지만, 내가 가진 장애와는 또 다른 장애를 수용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으로 느껴지던 무렵이었다.
나는 그 모임에서 척추만곡 장애를 가진 한 남학생을 만났는데, 그야말로 콩나물처럼 배배 마르고 안색이 어찌나 창백하던지 노란 치자물을 들인 것처럼 우울한 모습이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저런 모습이어야 할까,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남학생한테 전달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무슨 부탁을 내가 받게 되었다. 같은 학교였지만 나는 문과대학이었고 그는 공과대학이어서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뚝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가끔 만나곤 했는데 그때따라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그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마지막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는데 그는 보이질 않고 나는 점점 더 조급해졌다. 지금처럼 핸드폰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고, 또한 그도 나도 자취생이어서 집 전화까지 아예 없는 실정이었다.
걱정을 태산같이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어찌나 반갑던지…. 운명적인 연인을 만났다고 한들 이보다 더 반가울손가?
나는 가뜩이나 큰 내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으아악, 괴성까지 지르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아마 뛸 수 있었더라면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서 그를 덥썩 안아 올렸을 것이다.
오우! 그랬더니 그의 얼굴에 활짝 피어나는 웃음.
이보다 더 순수하고,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노란 그의 얼굴이 노오래서 꽃잎처럼 더욱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김미선 / 소설가, 한국 DPI 연맹 부회장

지하철에서

어느 여름날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그리 붐비지도 않고, 남는 자리도 없는 정도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나는 도착할 때까지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남은 역이 몇 개인지 세어 가며 서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약 2분 후, 다음 역에 도착하자 승객 몇 명이 더 탑승했다. 그 중에 상당히 근엄해 보이는 듯한 노인이 있었다. 그 중후한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저 사람은 웃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더라도 참 안 어울릴 것이라는 상상과 함께.
노약자석까지 꽉 찬 덕분에 그 노인은 계속 서 계셨다. 여름의 지하철은 비록 에어컨이 나오기는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땀내로 꽤나 답답한 기분이 든다. 서 있는 사람들은 특히 그런 편이다. 그 노인 역시 실내 온도가 그리 덥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땀을 흘리면서 피로한 듯 보였다.
나는 자연스레 노약자석을 바라 보게 되었고, 거기엔 한 청년이 조는 척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속으로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이도 어린 내가 언질을 줄 만한 입장도 아니어서 잠자코 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그 청년의 친구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그를 깨웠다. 자고 있던 친구도(실제로 졸았던 듯하다) 재빨리 일어서더니 그 노인께 자리를 양보해 드리는 것이었다.
노인은 ‘고맙다’하시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지어본 적이 없을 거라 상상했던 미소였다.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편견이었나 보다. 오히려 삭막한 현대에서 보기 힘든 따뜻하고 포근한, 그리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송종욱 / 동북고등학교 2학년

미소가 아름다운 내 친구 샛별이

나에겐 미소가 아름다운 친구가 있다.
그 앤 웃음이 많은 아이다. 사교성이 좋고 활발한 아이라 조금만 재미있는 화제거리가 있어도 같이 밤을 새워 이야기할 정도로 속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막 중 3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는 얼굴이 없어서 너무나 어색했다. 복도에서 난감해하고 있을 때,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아이들 여럿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를 불렀다. 친구는 한 아이를 가리키며 “너랑 같은 반이야. 친하게 지내!”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샛별이를 알게 되었다.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샛별이가 씽긋 웃으며 같이 앉자고 했다. 나를 보며 웃어주는 그 미소가 참 좋았다. 샛별인 늘 그렇게 예쁘게 웃는다. 나하곤 마음이 잘 통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앤 미소로 기쁨을 표시했고 나는 시원하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보니 남자애 같은 나와는 다른 샛별이의 그 미소가 너무 부러워서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다. 샛별이의 미소는 언제나 순수하고 맑으니까.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고등학생이 된다. 우리 집과 샛별이네 집은 다른 동이라 같은 학교에 갈 확률이 적었다. 고등학교 배정일. 기대를 걸어 봤지만 역시나… 다른 학교로 발표가 났다. 샛별이는 울었다. 처음으로 미소가 아닌 눈물을 보였다. 난 깜짝 놀랐지만 울고 있는 친구를 달래 주었다. 미소로 답하진 않았지만 샛별이는 어느 때보다 예뻤고,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학교가 달라서 따로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만나기도 힘들 것이고 언젠가는 연락도 뜸해질 것이다. 하지만 난 연락이 끊길지라도 미소가 아름다운 내 친구를, 내 친구의 아름다운 미소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신보람 / 해성여고 1학년



당신의 웃음지수는?

<채점 방법>
전혀 아니다 1점, 아주 드물다 2점, 가끔 3점,
종종 4점, 항상 그렇다 5점

1. 내가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을 종종 본다.
2. 난 다른 사람들이 어울리기 좋아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3. 내 유머감각은 나의 사교성을 돕는다.
4. 나는 자연스럽게 활동한다.
5. 적당한 상황에서 우스꽝스레 행동해도 괜찮다고 느낀다.
6. 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정규적으로 웃고 논다.
7. 나는 내 자신의 실수를 보고 웃을 수 있다.
8.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웃음으로 국면전환을 한다.
9. 나는 다른 사람이 즐겁도록 유머를 사용한다.
10. 나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유머는 피한다.
11. 나는 비꼬는 유머나 부정적인 유머를 피한다.
12. 대부분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다.
13. 나는 휴일이나 공휴일엔 쉰다.
14.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나의 유머감을 도와 준다.
15. 스트레스를 느낄 때 내 유머감각은 균형잡힌 관점을 준다.
16. 나는 직장에서 웃으며 일하는 일에 익숙하다.
17. 나는 휴식을 먼저하고 일은 다음에 한다.
18. 내 유머감각은 나의 가장 좋은 성격 중의 하나이다.
19. 나는 웃음이 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20. 많이 웃으면 웃을수록 더 기분이 좋아진다.

▶▶▶75~100점 : 어디서나 사랑받으시겠네요. 웃음지수가 대단히 높습니다.
▶▶ 50~75점 : 평균이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더욱 노력한다면 당신은 웃음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 25~50점 : 낙제점이네요. 유머감각 계발은 필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