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뭐 이런게 다 있어?!? 매력만점 웃기는 짬뽕들 남영숙 外


이때 주의할 것은 그 ‘웃기는 짬뽕’의 정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비웃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면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주어야 하고, 즐겨야 할 성질의 것이라면 옆사람에게 왜 두들겨 패느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극적인 찬사를 보내 주어야 한다.

웃기는 짬뽕?
‘웃기는 짬뽕’의 어원은 확실치 않다. 혹자는 저 전설적인 개그맨 이창훈(맹구)의 유행어에서 비롯되었다 하고, 혹자는 이규형의 <청춘스케치>에 나오는 ‘웃기는 짜장’이라는 문구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이따금씩 정체를 알 수 없는 ‘웃기는 짬뽕’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그것을 받아들이기란 매우 어렵고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별도의 처리 방법도 없다. 따라서 이런 것들의 처리는 순전히 개인의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정체불명 웃기는 짬뽕들의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수박으로 달팽이를 타자. 메추리로 전깃불을 타자. 개미로 밥상을 타자. 풍선으로 송곳을 타자. 송충이로 장롱을 안아 보자. 거실로 기차를 타고 가자. 부엌으로 기차 타고 가자. 기차로 햄버거를 하자. 기차타고 시계로 들어가자. 향기 나는 노래를 틀자. 비누 방울로 집을 짓자. 숫자로 꿈을 꾸자. 뚜껑으로 두꺼비를 하자. 영화로 버선을 하자. 김치로 옷을 지어 입어 보자.’ - 산울림의 ‘기차로 오토바이를 타자’ 중에서

오! 놀라워라
이러한 정체불명의 ‘웃기는 짬뽕’들은 대개가 모호함으로 중무장하고 있어서 실제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간혹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로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천재의 탄생에 놀라워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
‘불후의 명작’이라느니 ‘세기적인 천재’라느니 하는 것들은 처음엔 엉뚱하고 웃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증명된 바는 없지만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지구의 중심에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오”라고 말했을 때, 당시 사람들도 정체불명의 ‘웃기는 짬뽕’을 마주한 기분이었을 테니 말이다.


뭣에 쓰는 물건인고?: 미소가 번지는 디자인
백문이불여일견, 긴 말이 필요없다. 마이두비닷컴(www.my doob.com), 펀숍(www.funshop.co.kr) 등 디자인을 아는 인터넷가게에 가면 발그레 홍조부터 미소, 폭소가 절로 나온다. 충동구매에 대한 살인적인 인내가 필요하지만 왠지 나른하고 꿀꿀한 오후, 멋진 아이디어들을 즐기러 룰루랄라 마실 가 볼까나~

고독이 몸부림 칠 때: 아이디어 베개
동짓달 긴긴 밤을 허벅지 꼬집어가며 버텼건만, 이제 꽃피는 춘삼월이라고 낮밤없이 사방천지에 커플들이 난무한다. 굳이 성적 취향을 따지지 않고서도 그 편안함에 남성분(^^;?)도 품고 잘 만한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으로, 당신의 고독이 몸부림칠 때 딱 필요한 ‘그의 품’이다. 실물 크기의 남녀가 리얼하게 인쇄된 자매품 독일의 독신자용 벽지도 있다.

꽃도 아닌 것이 인형도 아닌 것이: 식물인형 토피어리
파릇파릇한 풀이 몸에서 쑥쑥 자라는 식물인형 토피어리(Topiary). 라틴어 Topia(가다듬다)를 어원으로 하는 토피어리는 한국토피어리협회(www.kotoa.or.kr)에 따르면, 원래 ‘식물을 사람의 손길에 의해 입체적인 형태로 다듬은 상태’ 모두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심는 토피어리, 식물인형은 만들고 싶은 모양의 철사 뼈대에 이끼로 표면을 덮고 거기에 아이비 같은 덩굴식물을 심어 화분처럼 기르면 된다. 토피어리를 덮고 있는 이끼가 건조한 실내공기를 촉촉하게 만드는 천연가습기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장식에 건강까지 일석이조! DIY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짬뽕들의 은막로망: 영화 베스트
짬뽕들의 다채로운 일상에서 엑기스만 추려낸 금쪽 같은 영화들이 여기 있다. 관람객 1,000만을 바라보는 시대에 흥행 성적이야 고만고만했지만, 가히 짬뽕들의 고전이라 할만한 영화들을, 지면관계상 매우 짧게, 소개한다.
일단 <소림축구>, <식신>, <희극지왕>을 앞세워 ‘어이없음의 황제’에 등극한 주성치의 모든 영화와 360도 양팔풍차와 신출귀몰 발차기의 제왕, 류승범의 추리닝 패션과 나이스 운동화가 뇌리에 ‘쌔리박히는’ <품행제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두 주먹 불끈 이두박근 움찔, 이원희의 <다찌마와 리>, 북에서 얼떨결에 내려온 공형진 짬뽕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끝으로 초콜릿처럼 사랑스러운 프랑스 짬뽕 <아멜리에>로 마무리하면 당신은 방콕의 자세로 순식간에 그들의 세계를 섭렵할 수 있다.


게임하듯 세상을 바꾼다: 사이버 시민사회
‘매체의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대학 강의를 돌이켜보지 않더라도 작금의 IT강국 대한민국을 볼작시면, 우리는 인터넷으로 쉬이 혁명마저 도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가 특정 오프라인 시공간에 모여 시위나 모임을 갖는 플래시몹(Flashmob)으로 3.1절 만세운동을 재현하더니, 같은 날 ‘크로서(Crosser 전달자)’라 불리는 일단의 무리들은 ‘감동을 나누자. 그리고 서재에 꽂힌 책을 해방시키자’는 기치 아래 신개념 독서운동인 ‘북크로싱(Bookcrossing)’을 전개하기로 했다. 북크로싱이란, 먼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북크로싱동호회에 소개하고 시간 장소를 공지하면 원하는 사람들이 보물찾기 하듯 약속장소에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이다. 또한 그 감상을 동호회에 올리고 다시 책을 여행시켜야 한다. 책나누기 릴레이게임인 셈. 대표적인 블로그는 ‘책에날개를다는사람들(cafe.naver.com/ crossingbook)’이다.

뒤집어야 보이는 진실: 웃기는 천재들
천재는 치마 속 펼쳐보이듯 현상의 본질을 꺼내보인다. 특히 한번의 시각적 충격으로 현실을 난도질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노라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공장에서 찍어낸 변기를 ‘샘(泉)’이라 부르고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단 뒤샹, 같은 모나리자라도 귀엽게 그려 고전의 권위를 패러디한 보테로 등은 현학적인 해석으로 의미를 짜내기 이전에 이미지 본래의 순수한 재미를 알려 주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하는 그들은 진정 웃기는 짬뽕들이었다.

글쓴이 서한나, 남영숙은 아산장학생으로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