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치유의 노래 방은경



사랑의 음악회
서울아산병원 강당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관객은 다름 아닌 환자와 보호자. 평소 질병으로 고통에 시달려 왔던 이들의 얼굴엔 어느새 환한 미소가 가득 찼다. 무대와 객석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함께 행복해지는 공간이 매월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행복한 사람 지난 해 여름, 맹인 가수로 널리 알려진 이용복 씨가 서울아산병원 ‘사랑의 음악회-노래이야기’ 무대에 섰다. 25년만에, 그것도 투병 생활로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그가 무대에 다시 선 것이다.
“힘든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겐 특히나 노래가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몸이 아프다든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슬플 때 노래가 희망도 되고, 용기도 줄 수 있죠.”
그가 서울아산병원 ‘사랑의 음악회’ 무대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는 매월 마지막 월요일 병원을 찾아 환자들과 만나고 있다.
“제 노래를 듣고 울고 싶은 사람은 울고, 기뻐하고 싶은 사람은 기뻐하고 감동받고 싶은 사람은 감동받고…. 제 노래가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제약 때문에 다른 무대와는 다른 점들이 많다. 그 예로 즐거운 공연이 되려면 먼저 출연진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 한단다. 그래서 그는 무대에 서면 편안하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환자들을 대한다. 전 달에 보았던 환자들을 또 보게 되었을 때는 마음이 좋지 않다고. 때문에 그의 마지막 인사는 ‘또 뵙겠습니다’가 아닌 ‘여기서 보지 맙시다’이다.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 이용복 씨. 그의 노래가 아픈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삶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수 이용복
‘한국의 레이찰스’로 불리던 그는 탁월한 음악성과 빼어난 기타 솜씨, 독특한 음색 등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노래보다는 그를 ‘맹인 가수’로 기억한다. 그는 세 살 때 마루에서 마당으로 떨어져 왼쪽 눈을 실명했고, 이어 7세 때는 썰매를 타다가 오른쪽 눈이 칼날에 찔려 결국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친구를 따라 음악다방에 간 게 인생의 전기가 되었다. 무대에 올랐다가 우연히 작곡가 김준규 씨의 눈에 띄어 1970년 가을에 음반을 취입했다. 이듬해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입상곡을 번안한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란 노래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그 얼굴에 햇살이’, ‘어린 시절’, ‘줄리아’, ‘달맞이꽃’, ‘잊으라면 잊겠어요’, ‘마음은 짚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970년대 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컬러 TV가 보급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악 활동을 접게 되었다. 1984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7년만인 1991년에 귀국해 녹음실을 운영하다가 2001년부터는 양평에 공항카페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그가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믹싱 등 모든 작업을 맡은 새 앨범을 25년만에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사랑의 음악회
1996년 3월부터 환자들을 위해 예술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자원 봉사활동으로 시작되었다. 현재는 전문 음악인, 그리고 대중 인기가수들까지 자원 봉사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자 및 보호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사랑의 음악회는 월 1~2회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글쓴이 방은경은 아산재단 편집실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