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자그마한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남영숙



노래하며 살고 싶다
음승희(34), 그녀는 음악치료사다. “어려서부터 워낙 노래가 좋았고, 노래하며 살고 싶었어요.” 변성기도 지난 고2 때부터 음대입시를 준비했다.
어렵게 성악에 입문했지만 화려한 디바의 무대 대신 음악치료를 선택했다. “성악이 참 ‘자기만족적’인 공부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조수미 씨처럼 노래를 잘해서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인데, 그 정도로 성공할 자신도 없었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프리마돈나의 길 밖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했다. 유치원에서 노래를 가르치고 노래하며 지냈다. 그리고 어느 날. 모교의 음악치료 관련기사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악으로 자라는 아이들
음악치료는 노래, 아이들, 세상이란 그녀의 세 가지 키워드를 한데 아우른다. “음악치료라고 하면 음악을 ‘들어서’ 병을 낫게 한다고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듣는 것뿐만 아니라 연주하거나 직접 만들어 보는,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위들을 통해서 사람의 신체적인, 정신적인 향상을 이끌어내는 게 음악치료예요.”
아름다운 노래의 날개를 달면 때로는 비밀스런 마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대개 그 비행은 고생길이다.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센터의 특성상, 실제수업을 볼 순 없었다. 녹화테이프로 대신했다.
사각의 화면 속에 그녀와 한 아이가 있다(그리고 특별히 피아노 반주를 위해 조교선생님이 한 분 더. 지능이 두 돌 수준에서 멈춘 열한 살 아이를 위한 배려다). 아이는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도 잘 가누지 못한다. 그녀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목청을 높여 또박또박 ‘아’ 음계를 오르고 있다.

“아 아 아 아 아---” 기다린다, 아이의 반응을.
다시 “아 아 아 아 아---” 한 번 더, 기다린다. 꽤 오랜 침묵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옆자리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나는 놓친 아이의 반응을, 그녀는 들은 것이다. 몇 번이나 본 화면인데도 그녀는 처음처럼 기뻐한다. “아이 나름대론 열심히 노래한 거예요. 신이 나면 악기도 제대로 잡고 집중한답니다.”
그 날의 음악치료는 “안녕하세요”란 선생님의 노래인사로 시작해서 실로폰, 북으로 아이의 흥미를 돋운 뒤, ‘아’ 음계가 선생님의 목소리와 트라이앵글, 탬버린 등 다양한 타악기로 변주되는 여정이었다.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며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40분은 전쟁 같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탬버린을 흔드는 선생님의 가느다란 팔에는 근육의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음악치료 입문 초기에 만났던 친구가 기억나요. 여기서 주로 만나게 되는 자폐나 정서장애, 뇌성마비 아동 등(요즘은 왕따를 비롯, 부모들의 영어 과욕이나 맞벌이에 따른 무관심이 빚은 비디오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많이 늘었다)에 비하면 거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이었지만 너무너무 위축되어 있었어요. 친구들과도 못 어울리고 선생님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요. 그런데 지도 6개월만인가, 어느날 유치원 공개수업에 가신 어머님이 들려주시더군요. 아이가 손을 들고 나가서 발표를 하더라구요.” 그녀와 함께,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밝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
그녀는 성악공부에 미련이 없었다. “전공이 아니라 노래로 치료를 하니깐 오히려 노래가 굉장히 소중해지더라구요. 제가 체계적으로 노래를 배웠다는 게,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더 잘,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고맙습니다. 저는 제가 음악치료사라 행복해요.”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김광석, ‘나의 노래’

음승희 선생님이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 그의 3집 앨범의 부제는 ‘그대 척박한 가슴에 나무 한 그루 되어’다. 한 그루의 나무 그림과 함께…. 노래가 있고, 이런 선생님을 가진 아이들이 부러웠다.

숙명음악치료센터
숙대 음악치료대학원의 부설기관이다. 음승희 선생님이 계신 공덕동 교외센터는 음악치료를 지역사회 안에서 실천해 보자는 뜻에서 마포구 신공덕동에 있는데, 내용은 괴외센터와 같다. 1주일에 2번, 40분 치료와 10분 학부모 상담으로 구성된다. 음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부모님이 치료과정 전체를 모니터링 할수 있는 시스템이 남다를 거라고. 부모님이 보시면 긴장도 되고 치료사로서의 소신만 주장하기도 어렵지만 서로 본것을 토대로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좋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지하철 공덕역 5번 출구로 나와 5분 거리다.
대표전화 : 02-710-9615
홈페이지 : http://www.mtcenter.ac.kr


글쓴이 남영숙은 아산장학생 동문이며 본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