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민요로 본 옛 사람들 세상살이 최상일



민요 속에는 옛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 있지만, 지금 세상살이도 팍팍한데 옛날이야 말해 뭣하겠나 싶다. 슬픈 노래보다는 정겨운 노래들 위주로 들어 보도록 하자.

울타리 밑에야 꼴비는 총각
눈치가 있거들랑 떡받아 먹게
떡일랑 받어서 망태에 담고
눈치만 채고서 날 따라오게


진도아리랑 한 구절이다. 처녀가 총각을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옛날 여성들이 의외로 매우 개방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간에 서로 마주치기를 꺼리던 풍습은 유교문화에 젖은 양반 귀족층에서나 통하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애정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다.

뒷들 논을 반만 갈아 물드는 것 보기도 좋네
동창문을 반만 열고 임드는 것 보기도 좋다


경상도 모심는소리 한 구절이다. 농사철이 되어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창문으로 임의 모습을 보는 것과도 같다. 은근하고도 절묘한 애정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남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애정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방실방실 웃는 임을 못다 보고 해 다 지네
오늘날로 못 다 보면 내일날로 다시 보지


마누라가 얼마나 예쁘면 지는 해를 안타까워 할까? 하긴, 하루 종일 논에 모를 심다 보면 마누라 얼굴 볼 시간이 없기도 하다.
옛날에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일이 많아, 젊은 아내가 사소한 일로 사춘기 소녀처럼 토라지는 일도 많았다.

질로 질로 걸어가다 / 수리비단 꽃이 피어
그 꽃 한 쌍 껑꺼갖고 / 임의 방에 들어가서
임아 임아 정든 임아 / 꽃이 곱냐 내가 곱냐
니가 암만 곱다 해도 / 꽃과 같이 고울소냐
꽃 기리고 잘 살아라 / 나는 가고 영영 간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꺾어온 아내가 남편한테 묻는다. “여보, 이 꽃이 더 고와요, 내가 더 고와요?” 남편은 멋도 모르고 대답하기를, “당신이 아무리 곱다 해도 꽃보다 더 곱겠어?” 그러자 아내는 “흥, 꽃이나 데리고 잘 살아요!” 하고 뛰쳐나간다. 설마 노래에서처럼 영영 가버리지는 않았기를….

이런 사소한 부부싸움 말고, 옛날에는 시집살이나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노래가 ‘진주낭군’이다. 노래가 길어 중요한 부분만 싣는다.

진주 남강에 빨래가니 물도 좋고 돌도 좋네
난데없는 발자국소리 뚜덕뚜덕이 나는구나
곁눈으로 슬쩍 보니 서울 갔던 선배님이
구름같은 말을 타고 못 본 듯이 지내가네


남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진주 남강으로 빨래를 나간 새댁, 잘난 남편은 그녀를 못본 체하고 지나가 버린다. 뭔가 심상치 않다. 얼른 빨래를 하고 들어와 보니,

사랑방으로 들어가니 아홉가지 안주 놓고
기생첩을 옆에 놓고 권주가를 부른다네


마누라 보란 듯이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 새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오로지 남편의 사랑으로 시댁의 차별과 핍박을 견딜 수 있는 것인데, 남편이 저러하다니….

그것을 보든 며늘아기 정제방으로 들어가서
열석자 명주수건 목이나 매어 죽었다네

하지만, 옛날에 부부지간에 이런 비극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임 그리는 마음을 잃지 않고 빨래를 하며 살림살이의 애환을 달래던 노래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천늑도 구리섬이 사람 살기는 좋더마는
한철에는 임 그리고 한철에는 물 그리고
임은 종종 그리나마 물이나 퐁퐁 솟아 주소
물이나 퐁퐁 솟나는 샘에 임으 빨래나 하고지야


글쓴이 최상일은 MBC 프로듀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