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놓친 손, 다시 잡아야 해요 송원이


“앞집 아줌마랑 자꾸 눈이 마주치는데,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요. 저 집에서 현희를 굉장히 예뻐했거든요. 저 사람들이 현희를 데려간 것 같다구요. 내가 예민하다구요? 아니에요. 뭔가 수상해요….”
엄마는 소리없이 울었다. 백방을 뛰어다녔지만, 현희(가명. 여아 6세)가 사라진 단서는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엄마는 이제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까지 예리한 칼날을 세운다.

상상도 못했던 이별
한순간이었다. 엄마는 아이를 잃어버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찰나의 순간에, 아주 잠깐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는 사라졌다.
“미아는 단순히 길을 잃은 아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는 유괴, 사고, 가출, 유기도 미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어요. 아이를 찾기 전까지는 어떤 이유로 없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요.” (박은숙 팀장/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안전망이 형성되고 있지만, 복잡해진 사회구조, 인간관계만큼 미아의 범위도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아 예방을 위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괴, 가출, 사고 등에 대비하는 사전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와의 올바른 만남과 소통 역시 사회구조 안에서 해결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뜻이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알아야 할 미아 예방 수칙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3,500명에서 4,000명의 어린이들이 미아가 된다. 이 중 92% 이상의 어린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의 미아 발생 파일 자료로 남게 된다. 미아 발생 장소는 전체의 63%가 집 근처이다. 역과 터미널이 9%, 친척집이 4% 등이지만, 안전을 의심하지 않았던 ‘집 근처’가 가장 큰 위험지대로 꼽히고 있다.
미아를 예방하는 방법은 먼저 자녀를 집에 혼자 두지 않고 함께 다니는 것이다. 가까운 슈퍼나 쇼핑몰, 공원에서도 항상 함께 다니며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자동차 안에 자녀를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녀가 자신의 이름과 나이, 살고 있는 곳, 집 전화번호, 부모 이름을 기억하도록 가르치며, 자녀가 너무 어리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미아 예방용품을 활용하고, 부모는 항상 자녀의 키, 몸무게, 신체 특징, 버릇 등 상세한 정보를 알아 두어야 한다. 자녀의 하루 일과와 친한 친구들을 알아두고,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어 주는 것도 부모가 꼭 해야 할 미아 예방 수칙이다.
아이들도 평소에 습관처럼 교육을 시켜야 사건이 발생했을 때 놀라고 당황하지 않는다. 밖에 나갈 때는 누구랑 어디에 가는지 꼭 이야기하는 버릇을 길러 주고,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이를 위해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는 일주일에 3회, 전국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미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쇼핑센터에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경우를 재연하는 손가락 인형극을 보며 아이들은 구호를 외치는 연습을 한다.
“부모님이 보이지 않을 경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고, 침착하게 부모님 이름, 자기 이름, 전화번호를 생각합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으면 112에 전화하거나 경찰 아저씨, 가까운 가게로 가서 도움을 청합니다. 어린 아이들이라 부산스러울 것 같지만, 기특하게 집중하죠. 아이들도 위험 상황임을 깨닫는 거죠.”(이은주 선생/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



미아 발생은 가정파괴로까지 번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픔이 가정 파괴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점을 강조한다.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아도, 미아 발생 신고를 해도, 종교 단체, 이웃 주민, 친척 등 지역 사회의 자원으로부터 도움을 구해도, 아이를 오랫동안 찾지 못한 부모들에겐 그 슬픔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넘어 정신적 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부모님이 겪는 갈등의 수순입니다. 앞뒤 볼 것 없이 아이를 열심히 찾아나서다가 좌절하면, 그때부터 잃어버린 상황이 누구 책임인지를 따져 들어가면서 일상 생활을 포기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 3자와의 관계에서도 자존감이 회복되지 못합니다. 저희 센터에서도 가족 상담을 통해 위기 관리를 해 드리고 있지만, 아이를 잃어버린 슬픔과 공포, 죄의식은 쉽사리 치료되지 않는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박은숙 팀장/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

사랑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미아를 줄이는 데에는 우리 모두가 도우미가 될 수 있다. 길거리나 공공 장소에서 부모를 잃고 울고 있는 아이들을 그 자리에서 잘 달래어 진정시키고, 함께 부모를 기다려 주고,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 본 후, 안내 방송이나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고, 마지막에는 인근 파출소로 데려다 주는 일은 이 땅에서 미아를 없애고, 예견되지 않은 슬픔을 줄이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 될 것이다.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에 걸린 문구대로, ‘사랑이란 놓친 손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다.

※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 (tel.02-777-0182/9121)
미아예방정보센터 / www.lovechild.or.kr
미아 찾아주기 / www.missingchild.or.kr
입양인 찾아주기 / www.findparent.or.kr
그리운 가족찾기 / www.reunion.or.kr


글쓴이 송원이는 자유기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