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아가야 고맙다. 나의 아기가 되어 주어서 ..." 최은희


“축하합니다. 임신 3개월입니다.”
그 말 한 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기쁨에 병원을 나와서 한참 동안 무작정 길을 걸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말했다.

“아가야 고맙다. 네가 나의 아기가 되어 주어서…. 정말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그때 내 나이 32살, 결혼 3년만에 온갖 노력 끝에 갖게 된 첫아기는 어떤 말로도 어떤 의미로도 충분히 담아 내지 못할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앞으로 아기와 내가 한몸이 되어 함께 할 280일은 예비 엄마에게 더없이 가슴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첫아기를 최고로 키우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직장 생활과 대학원을 다니는 것을 병행했던 탓에 출산 한 달 전부터 하체 신경이 눌려서 걸을 수가 없었고, 양수 부족이라는 의사의 진단으로 조기 출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음 한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휴가 내내 많이 울었다. 하나님께 제발 건강한 아기를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 때문이었을까. 9월의 맑은 하늘과 가을빛이 한참 고울 때 첫아이가 3.2kg의 건강한 남아로 태어났다. 손가락, 발가락 열개 세어보고, 쌕쌕거리는 작은 숨소리를 듣는 순간, “아 이제 나도 엄마가 되었구나” 하며 믿어지지 않는 기쁨에 하염없이 울었다.
둘째아이 유찬이 또한 얼마 전에 태어나 우리 부부는 결혼 5년만에 벌써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지만 퇴근 후면 아빠의 몸은 큰아이의 놀이터가 되고, 엄마는 된장국, 김치볶음, 잡곡밥을 만들어 주는 요리사가 된다. 주말이면 무조건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간다.
아름다운 자연과의 친숙한 만남을 통해 마음의 키를 키우고 아이의 신체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자연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 아이가 함께 비탈진 숲에서 미끄러지고 구르고 깔깔거리고 맘껏 소리 내어 웃고 놀다 보면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의 정서가 공유된다.

지금은 아이에게 부모가 태산같이 위대해 보이겠지만, 아이들이 훌쩍 커지면 과연 부모와 함께 보내는 유년 시절 만큼 앞으로 더 행복한 추억을 가질 기회가 많을까? 최고만을 지향하는 성취지향적, 과제지향적 요구가 아이들을 고단하게 하는 현실 속에서 난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인 채로 그대로 아름답게 보아 주는 부모, 부모 마음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엄마의 몸에서 새 생명으로 탄생했을 때 가졌던 그 은혜로웠던 첫마음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글 / 최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