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우리들 자신 속의 비범성을 찾아서 문용린


나도 비범한 사람일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비범성이라는 말에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것을 느낀다. 나와는 거리가 먼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범성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천재나 신동 그리고 역사상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로 펼쳐져 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비범성은 그런 천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는 비범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비범한 사람이란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천재나 신동에 대하여 호기심 어린 관심을 가진 지는 무척 오래되었다. 초창기에는 천재와 신동의 신비를 풀어 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연구는 천재나 신동에 대한 호기심은 해결해 줄지언정 일반 평범한 사람에 대한 교육적 시사는 별로 찾기 어려웠다. 그런 연구는 천재와 신동의 특이성과 비범성을 강조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천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만 더 확대시켰을 뿐이다. ‘역시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구나’ 하는 인상을 각인시킨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천재나 신동이라는 말보다는 영재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비범성 연구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로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하버드 대학의 H. 가드너 교수는 비범한 위인들을 천재(Genius)나 신동(Prodigy) 또는 위인(Great Person)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특이한 인물(Extraordinary Person)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가정을 한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일수록 천재와 평범한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능력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천재는 평범한 사람과 공유했던 많은 능력 중에서 한두 개의 능력을 특이하게 더 잘 개발하고 발달시킨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천재나 신동 그리고 영재란 평범한 사람들이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을 유독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함께 가지되 다만 그 중의 한두 개 능력을 더 특이하게 개발시켰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가드너는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을 전개해 나갔고, 비범성에 대한 연구를 끈질기게 해왔다. 그의 비범성 연구는 천재와 신동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 속에 잠재된 능력을 어떻게 하면 비범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연구였다.

내 안의 여덟 가지 능력
인간 속에 잠재된 능력은 엄청난 규모다. 대체로 그 능력의 규모를 2조 1,400억 정도로 추산한다. 이 무수한 능력을 종전의 IQ 개념에서는 기억력, 추리력, 계산력, 지각력, 언어능력, 공간지각력 등으로만 파악했는데, 가드너는 IQ가 인간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다중 지능 이론을 제시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 속에 잠재된 능력은 대략 여덟 개 군의 능력 겸 적성으로 구분되는데, 그 명칭은 다음과 같다: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자연친화지능.

어떤 인간이든 모든 면에서 비범한 사람은 없다. 모차르트는 음악지능이 뛰어났고, 간디는 인간친화지능이 뛰어났다. 마사 그라함은 신체운동지능이 뛰어났고, 프로이드는 자기성찰지능이 뛰어났던 것이다. 뛰어난 지능 이외의 다른 지능은 평범한 이들과 유사했거나 오히려 더 낮았을 수도 있다. 예컨대 간디는 그토록 인도 민중을 사랑하고 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인과 큰 아들과는 영원히 불편한 관계에 있어서 고통을 겪었다. 아인슈타인도 과학에서는 천재였지만, 결코 성격적으로는 원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든 천재든 간에 인간은 누구나 여덟 가지 다중 지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 속에 잠재된 여덟 가지 지능(능력과 적성) 중에서 어느 것 하나를 제대로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 발달시키는 것이 비범성을 갖추게 되는 비결이다.

성찰, 균형, 모양새 갖추기
그는 세 가지 전략이 이런 비범성의 형성과 실현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가 자기 자신의 능력과 삶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습관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능력과 처지의 장단점을 잘 보완하여 균형을 잡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자신이 바라는 비범성의 방향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모양새를 갖추어 나가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성찰, 균형, 그리고 모양새 갖추기로 표현하는데, 많은 천재들을 분석한 결과 이 세 가지 점에서 아주 확실한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한다. 평범한 이들에게도 이런 성찰, 균형 그리고 모양새 갖추기는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글쓴이 문용린은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