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내가 거저 받았으니 당신께 거저 드립니다 방은경



몸으로 실천하는 사랑
그는 ‘사랑하는 교회’의 목사로서 사랑을 베풀어야 할 텐데, 어떻게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했었다. ‘교회의 이름이라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문제는 그에게 절실한 기도 제목이었다.
고 목사는 건강을 주셨으니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건강을 나눠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인터넷을 통해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신장 기증 신청을 하였다. 그의 이런 결심은 꺼져가는 한 생명에게 희망을 선물한 것이고, 아울러 서로 얼굴도 모르는 ‘7팀 신장 이식 릴레이’의 시발점이 되었다.
“신청 동기서에 사랑을 실천하도록 권면하는 목사로서, 말씀뿐만 아니라 이제는 몸으로도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이왕이면 저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기증받는 사람 가족 중에서 다른 이에게 기증을 해 주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가정이라면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플 때 그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장기 기증 릴레이를 제안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
2002년 8월 29일에 시행된 신장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기쁜 가운데서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 목사는 신장을 줌으로써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한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전도할 축복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신장을 받은 이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만성 신부전으로 고통을 받아온 젊은 여성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체내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켜 새로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 조직형(HLA)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고 있었던 것. 때마침 고 목사가 기증을 하게 되었고, ‘가족 교환 장기 이식 프로그램’에 의해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6팀이 비로소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고성원 목사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40이 넘어서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시련도 많이 겪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했었지만 주식 투자로 인해 가진 돈을 모두 날렸다. 불행은 또다른 불행을 불렀다. 그가 잃은 것은 재산뿐만이 아니었다. 아내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어서 불면증과 위염, 근육통으로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다.
고 목사는 ‘재산, 건강, 가족,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가야 할 길을 깨달았다’고 한다. 믿음이 회복되니까 재산도 채워졌고, 건강도 회복되었다. 그리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견뎌 준 또 한 명의 반려자도 만났다. 또한 직설적이고 냉소적이었던 성격도 남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성격으로 변화되었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사랑하는 교회’는 성도가 40여 명인 작은 개척 교회지만 고성원 목사는 크나큰 비전을 품고 있다. 바로 10배수 운동이라는 것. 이는 ‘10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100명의 목회자에게 교회를 세워주고 개척을 후원하며, 1,000명의 청소년을 민족 지도자로 양성하고, 1만개의 가정이 믿음 안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랑하는 교회’이니만큼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커플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교회가 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이란 표현될 때 비로소 사랑이 되며, 사랑은 나눔과 결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눔이란 작용이며, 나눔에 동참할 때 일으키는 영향이 반작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덧붙여 사랑은 ‘Give & Give’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고 목사는 말했다. 즉, ‘Give & Take’의 방식은 너와 나의 관계에 국한되며, 내가 너에게 주었으니 너도 나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은 곧 계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Give & Give’의 방식은 너와 나의 관계를 초월하여 우리 모두의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내가 거저 받았으니 너에게 주고, 너는 나에게 주지 말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 그렇게 된다면 결국 모든 인류를 다 품어야만 한다고 했다.
“사랑의 나눔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지요. 사랑의 씨를 뿌리면 30배, 60배, 100배로 불어납니다. 사랑을 받고 싶다면 남에게 먼저 베풀면 됩니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다. 지금부터라도 ‘Give & Give’를 조금씩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이 내 안에 있는 불씨를 꺼내어 불을 붙여보자. 하나의 불씨가 이웃에게 나눠져 두 개로, 두 개가 네 개로… 이웃에서 이웃으로 번져나가 세상 곳곳에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말이다.

글쓴이 방은경은 아산재단 편집실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