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테마 - 없는 듯 있는 것들, 너무 커서 새삼스러운 것들 강호승


지구촌 곳곳에서 만난 물, 불, 공기, 흙

자연이란 나와서, 자라고, 쇠약해져, 사멸하며 그 안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성, 발전하는 것으로 물, 불, 공기, 흙이라는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강이나 바다가 없고 구름도 없을 것이다. 물로 이루어져 있는 모든 생명체는 사라질 것이고, 지구는 달과 같아질 것이다. 불이 없다면, 추위를 막을 수 없고, 음식을 날것으로 먹어야 하고, 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문명의 혜택은 고사하고 수렵과 채집만을 하는 원시시대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공기가 없다면, 소리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불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물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숨을 쉬지 못해 짧은 순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흙이 없다면 식물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우리는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되고 토지는 사막화 될 것이다. 결국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어 생물의 생존 근거지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호주 프레이저 섬의 밤엔 무수히 많은 별들과 교향악 같은 파도가 부서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모닥불을 피운다. 그 따뜻함 덕에 우리들의 이야기는 재가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중국 어디에서나 훨훨 타오르는 불 위로 갖가지 야채들이 춤을 춘다. 그리고는 접시 가득가득 엄청난 양의 먹거리들이 담겨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산해진미라 부르며, 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몸 속에 채워 넣는다. 불가리아의 음산한 릴라 사원에서 길을 잃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비까지 내렸다. 멀리 보이는 불빛 하나에 의존해서 산길을 걸었다. 그 불빛이 없었다면 나는 그 곳에서 목없는 기사를 만나 어디론가 사라졌을지 모른다.

불. 빛과 열을 발사하는 물체 또는 그 현상을 말한다. 불은 인류의 생활에서 주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 석기(石器)의 사용과 함께 불의 사용은 원시시대의 인류를 다른 영장류로부터 구별되게 하였으며, 불의 사용에 의해서 인류는 자연적인 거주지역이었던 열대지역을 떠날 수가 있게 되었고, 또 여러 상태의 환경을 만들어내어 진화와 발전을 촉진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인류는 자연 속에서 불이라는 강대한 에너지를 얻게 됨으로써 온난함과 조명(照明)을 취득하였고, 음식물을 조리하고 도구를 만들어냈으며, 금속에 대한 지식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침이 오면 내 몸은 물을 찾는다.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나는 물을 끓이거나 생수를 사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에서는 그것이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곳의 계곡물은 샴페인을 쏟아 부은 듯한 옥빛이고, 바다는 미네랄워터로 채워진 듯하다. 헝가리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는 뜨거운 물이 솟아오른다. 고풍스런 건물들에 둘러싸여 천사상이 뿜어내는 물에서 우리는 온천욕을 즐긴다. 스위스 알프스 영봉에 오르면 만년설의 장관이 펼쳐진다.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이 하얀 얼음 결정은 온 산을 뒤덮고 있고, 태양의 한 뼘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을 반사한다.

물. 상온에서 색·냄새·맛이 없는 액체이다. 화학적으로는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이며, 천연으로는 도처에 바닷물·강물·지하수·우물물·빗물·온천수·수증기 ·눈·얼음 등으로 존재한다. 물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생체(生體)의 주요한 성분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체는 약 70%, 어류는 약 80%, 그 밖에 물 속의 미생물은 약 95%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생물의 생명 현상도 여러 가지 물질이 물에 녹은 수용액에 의해서 일어나는 화학변화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 말할 수 있다.

空氣

새벽바람을 가르고 거리로 나서면 도시의 불쾌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이제는 밀봉된 공기를 마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맑은 공기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뉴질랜드로 가자. 단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곳을 지상낙원이라 부른다. 상쾌한 공기를 찾아서 산에 올라가자. 그러나 네팔 히말라야의 안네푸르나에 오르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는 있으나 공기가 다소 부족하니 주의를 하도록 하자. 사람들이 공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헤이. 내 친구여” 낯선 이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악수를 하고, 손을 잡아 끌어 부둥켜 안고 등을 두드린다. 터키의 공기는 친근하다. 해가 하늘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 때, 그물 침대에 아이와 아빠가 누워 있다. 그들의 얼굴에서 근심과 걱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빨간 햇살만이 존재한다. 태국의 공기는 편안하다. 몽마르뜨 언덕에는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이 있고, 세느 강가에는 키스하는 연인들이 있고, 니스 해변가에는 맨몸으로 누워 있는 연인들이 있다. 프랑스의 공기는 자유롭다.

공기.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하층 부분을 구성하는 무색 투명한 기체를 말한다. 산소 21%, 질소 78%로 질소와 산소가 공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아르곤, 이산화탄소, 수소, 네온, 헬륨 등의 소량원소들이 있다. 지구의 역사와 더불어 생성된 것으로, 공기가 없으면 지구 표면은 격렬한 태양광·태양열·우주선(宇宙線)·우주진 등에 직접 노출되고, 탄소동화작용·질소고정작용·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물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소리가 공간에서 전파되지 않고, 물체의 연소도 불가능하며, 대기압이나 비·바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캄보디아 국경에서 ‘앙코르 와트’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다. 덜커덩거리는 버스 안으로 흙먼지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어느새 사람들의 얼굴은 온통 흙투성이가 된다. 아스팔트에 익숙해진 우리는 땅 위에 흙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엄지공주를 감싸안은 네덜란드의 튤립밭은 흙 위에서 존재한다. 수줍은 소녀처럼 세상을 살며시 엿보는 튤립은 좋은 흙 속에서 자라야 더욱 빨갛다. 세 살박이 아이만큼 자란 프랑스의 포도밭도 흙 위에서 이루어지고, 나중에는 향긋한 와인으로 거듭난다. 광활한 아프리카로 가 보자.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얼룩말에서부터 먹이 사냥에 나선 사자까지 모두 흙을 밟고 있다. 그리고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는 흙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있다. 살아 숨쉬는 흙집에서 그들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흙. 바위가 부서져서 이루어진 것과 동식물의 썩은 것이 섞여서 된, 땅거죽을 이루는 가루 또는 작은 알갱이 상태의 물질이다. 지표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근본적인 토대이며,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제공하는 농업·축산업·임업 등과 같은 1차산업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농림업에서는 식물의 양분·수분 저장과 조절·방출, 식물체의 지지물로 보는가 하면, 지질학 분야에서는 풍화산물·풍화맨틀이라 하고, 토목공학에서는 엔지니어링 물질로 본다. 화학분야에서는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조암광물 중의 이온·원자·분자 등이 물·산소·이산화탄소와 완만하게 작용하여 이들의 화학결합이 풀려서 용액에 녹거나 새로운 침전물을 생성하여 더욱 안정한 생성물을 만드는 전위상으로 보고 있다.

글쓴이 강호승은 아산재단 장학생 동문이며, 배낭여행 TC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