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테마 - 사랑을 전하는 소년들의 따듯한 울림 남은옥


매년 한 해를 마감할 때가 되면 새삼스레 생각나고 그립고 만나고픈 사람들이 많아진다. 친지, 선후배, 친구…. 우리가 떠올리는 그 많은 사람 중에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나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12월 명동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 주는 구세군 소년악대다.

구세군 소년악대는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명동에 찾아와 아름다운 소리를 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온지 알지 못한다. 어디서 왔을까 채 궁금해 하기도 전에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울림이 그동안 얼어 있던 마음 속의 차가운 얼음을 녹이고 저절로 손길이 자선냄비로 가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구세군 소년악대는 구세군 서울후생학원에 있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브라스 밴드이다. 구세군 서울후생학원은 1918년 15명의 결식 아동을 보호 수용하게 된 것이 동기가 되어 지금은 생후 15개월부터 대학생까지 79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구세군 후생학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3, 4학년이 되면 악기를 잡기 시작한다. 매주 일정한 연습 시간이 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이 되면 공연을 위한 연습은 열기를 띤다. 아직 악기를 잡지 못해 악기 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에게 공연 나가는 형님들은 당연 동경의 대상이다. 코넷, 혼, 튜바, 트롬본, 드럼, 바리톤 등 6가지 악기로 구성되는 어린 브라스 밴드는 매년 12월이 되면,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까지 명동 곳곳에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 사랑의 울림을 전한다.
간혹 큰돈을 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까지 거리의 자선냄비를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은 어린아이의 코묻은 동전에서부터 노인의 쌈지돈에 이르는 우리네 서민들의 따뜻한 온정이다. 아이들은 자선냄비가 작은 정성으로 크게 채워져 갈 때마다, 자신들의 공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기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잊고 지내기 쉬운 우리 이웃을 새삼스레 다시 돌아보게 하고, 얼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모금을 유도해 내는 브라스 밴드는 자선냄비를 끓게 하는 불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나 혼자만 연말 연시 기분을 내왔다면, 이번 겨울에는 모처럼 맘 먹고 시내에 나가 우리 브라스 밴드와 함께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쓴이 남은옥은 아산재단 장학생으로, 현재 본지 학생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구세군은 기독교의 한 교파다. 기독 신앙의 전통을 따르는 교리를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 자선 및 사회사업을 통해 전인적 구원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일하는 단체이다. 1865년 윌리암 뿌드(William Booth)에 의하여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선교운동은 그 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었다. 조직은 준 군대식 제도이며, 1878년 그 명칭을 ‘구세군’이라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907년 구세군이 전파되었고,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의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돕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구세군의 선교와 사회봉사 사업은 세계대장의 권한과 지도력을 따르는 사관(교역자)과 병사(평신도),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또한 여러 지지자들과 후원자들이 구세군의 자문위원으로서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