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아산상 시상식 개최
'아산상' 요셉의원 등 6개 부문 12명, 총 7억 7천만 원 시상
11월 25일(금) 오후 2시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6개 부문 총 7억 7천만 원 시상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11월 25일(금) 오후 2시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내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제28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대상인 아산상은 요셉의원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요셉의원은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사회소외계층이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29년간 무료진료를 실천해 왔습니다.
요셉의원은 의료봉사자 100명, 일반인 봉사자 600명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금까지 6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으며, 병원은 정부 지원 없이 후원자 8,000명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산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억 원이 주어집니다.
의료봉사상은 50년 간 뇌전증(간질) 환자들의 치료와 인식개선을 위해 힘쓴 박종철(남·83세) 박종철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수상했습니다.
사회봉사상은 1963년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며 아동복지에 힘써 온 한국SOS어린이마을이 받게 되었습니다. 의료봉사상, 사회봉사상 2개 부문 수상자(단체 포함) 2명에게는 각각 상금 1억 원이 주어집니다.
이밖에도 아산재단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며 오랜 시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등 3개 부문 수상자 9명에게 각각 상금 3천만 원을 시상하는 등 6개 부문에서 12명(단체 포함)을 선정해 총 7억 7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아산상은 1989년 아산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했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올해는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재단 설립이념에 부합하여 소외계층에 대한 생명존중과 복지증진에 기여하고 가족 사랑과 나눔정신을 실천한 분들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재단 설립자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되새기고자 했습니다.
■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건강하신 모습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는데 조촐한 아산상 시상식에 이렇게 많이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산상을 수상하신 요셉의원의 이문주 원장신부님, 의료봉사상을 받으신 박종철 신경정신과의원 원장님,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한국SOS어린이마을과 수상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자를 선정하느라 애쓰신 심사위원회의 이병규 위원장님과 위원님들, 아산상 운영위원회의 이홍구 위원장님과운영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11월 25일은, 저희 아버님께서 태어나신지 101 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뜻 깊은 날에 훌륭하신 분들에게 아산상을 드리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아버님은 지금은 북한땅인 강원도의 두메산골,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막노동을 하는 고생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셨습니다.
아버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크게 괴롭히는 것은 병고와 가난인데 이 두 고통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병치레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고 가난하기 때문에 치료를 못 받고 계속 아파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가난해진다”
이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고 하시면서 1977년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셨습니다.아버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을 지원하시면서도 “어려운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 그리고 차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아산상을 받으시는 분들은 저희 아버님이 추구하셨던 일들을 몸소 실천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된 요셉의원은 지난 29년간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60여만 명의 저소득층과 외국인근로자들을 진료했습니다. 특기할 점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경우 환자 자격에 제약이 생겨서 노숙인 등을 치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8천여 명의 후원자가 내는 후원금만으로 운영하고, 의료진도 모두 자원봉사자라는 점입니다.
육체 건강을 위한 진료뿐 아니라 인문학 강의와 음악치료 등으로 정신적인 자립도 도와주시는 이문주 원장신부님과 신완식 의무원장님, 그리고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요셉의원에 가봤는데요, 여의도의 현대식 고층빌딩들에서 차로 2~3분 거리인 곳에,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봉사상을 받으신 박종철 원장님은 지난 50년간 간질이라고 알려진 뇌전증 치료에 선구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박 원장님은 진료를 꺼리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을 제공하고 치료해주셨습니다. 뇌전증협회를 만들어 환자분들의 복지증진에도 힘쓰시면서, 네팔과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의 뇌전증 환자 치료도 지원해 오셨습니다.
조금 전에 수상자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박 원장님께 말씀을 들었습니다. 완치되어 결혼한 환자도 있었다고 하고, 그동안 네팔을 100차례, 북한은 20여 차례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김혜자 사모님도 함께 다니셨답니다.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대구의 한국SOS어린이마을은, 부모가 없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아동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도록 지난 53년간 따뜻한 울타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SOS는 Save Our Soul의 약자라고 합니다,
SOS어린이마을은 원래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국제 민간단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대구에 처음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SOS어린이마을이 일반 아동보호시설과 다른 점은 ‘어머니’라고 불리는 분들이 7~8명의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꾸려서 사회의 평범한 가정처럼 생활한다는 점입니다. 어머니들은 개인적인 가정은 꾸리지 않고 이 아이들을 위해 희생적으로 살고 계십니다. 이런 보살핌들이 좋은 영향을 미쳐서 SOS어린이마을 출신 중에는 교육자가 되거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수가 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박상호 상임이사님과 다른 모든 어머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복지실천상을 받으시는 서혜미님, 송규상님, 김수옥님, 자원봉사상을 받으시는 배재영님, 한경희님, 가톨릭 의대 성우회 여러분, 효행ㆍ가족상을 받으시는 신창한님, 임종순님, 전순래님에게 진심으로 축하말씀을 드립니다.
몸과 마음이 위축되기 쉬운 요즘의 사회분위기이지만, 우리 주위에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새삼 훈훈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헌신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면 설립 40년이 되는 저희 아산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취지를 실천하면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늘 관심 갖고 지도 편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
<요셉의원 이문주(프란치스코) 원장신부>
먼저 요셉의원이 ‘아산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된 것을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님과 심사위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산상은 현대그룹을 창립하신 고 정주영 회장께서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우고, 그 뜻에 걸맞는 업적을 이룬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우리나라 사회복지분야의 대표적인 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요셉의원은 1987년 8월 29일 서울의 주요 빈민촌 가운데 하나였던 신림1동에서 개원한 이래, 29년 동안 묵묵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무료 진료에 매진해 왔습니다. 개원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육체적인 질병과 함께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치료는 물론 식사를 대접하고, 목욕과 이발을 시키고, 필요한 사람에게 옷이나 신발을 나눠주는 일을 지금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요셉의원을 찾는 노숙인이나 쪽방촌 사람들은 대다수가 가정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겪으면서 술에 찌들고 자활의지마저 상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병원은 이런 분들의 정신적 치유를 돕기 위해 알코올 의존증 환자 모임을 비롯하여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치유인문학 강의, 음악치료 교실, 영화포럼 등의 강좌를 열고 있고, 작은 도서관과 쉼터 운영 등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산상 수상은 그러한 노력에 대한 따스한 격려임과 동시에 새로운 분발을 촉구하는 배려라 여겨, 내딛는 발걸음에 한층 무게가 더해집니다.
요셉의원은 고 선우경식 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합심해 병원을 세운 후, 1997년 지금의 영등포역 부근 쪽방촌으로 옮겨왔습니다. 설립 초기 ‘무료 병원은 3개월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 속에 운영비는 물론, 끼니를 거르는 환자들을 위한 쌀이 떨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무료진료를 한다’는 병원의 사명에 공감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후원자 여러분과, 내 일처럼 병원 일을 도와주신 수많은 봉사자 분들이 나서서 요셉의원의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아울러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노숙인이나 행려자들의 투정을 받아주고 이들의 안위에 늘 관심을 기울이는 병원 공동체 여러분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희 요셉의원이 이렇듯 30년 가까이 꿋꿋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따스한 가슴을 지닌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문 배달을 하거나 용돈을 절약해 모은 돈을 후원금으로 내놓는 학생들부터 익명으로 거금을 후원해 주시는 분, 낮에 소속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저녁 진료를 위해 요셉의원으로 달려오시는 의료봉사진 등 700여 명의 봉사자와 8,000여 명의 후원자 모두가 아산상의 진정한 수상자들입니다.
저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소외된 이웃에 대한 단순한 신체적 진료를 넘어 정신적 치유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나아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실천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취지와도 부합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활을 꿈꾸는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샘을 마련해 주신 재단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고난을 딛고 우뚝 일어섬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밝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