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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5
  • 부문 : 아산상
  • 소속(직위) : 국내최초 호스피스 기관
  • 수상자(단체) : 갈바리의원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온 숭고한 모습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편안하고 평화롭게 이별할 수 있도록 돕는 갈바리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스피스(hospice) 병원이다. 갈바리의원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 가족이 인간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도록 돌본다’는 호스피스의 의미를 50년 동안 실천해왔다.

 

무의미한 생명연장 대신 육체적 고통을 줄이면서 정신적으로 평안한 죽음을 맞도록 조력하는 갈바리의원은 1963년 호주 수녀 2명(에반젤리타, 크리스틴)이 한국에 도착하며 비롯되었다. 당시 춘천교구장이었던 토마스 퀸란 주교 초청으로 열악한 우리나라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내한한 수녀들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 호주관구 소속이었다. 자매회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은 갈바리(Calvary, 히브리어인 골고다의 라틴어) 언덕까지 함께했던 어머니 마리아와 소수의 여성들처럼, 다양한 형태의 죽음에 직면한 이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기 위해 영국 수녀 메리 포터가 1877년 설립한 천주교 수도회다.

 

1963년 강릉시 홍제동 지금의 자리에서 병원 건축이 시작됐고, 1965년 3월 15일 호주 자원봉사 의사 1명과 호주 수녀 4명(간호사 · 방사선사 · 검사실 기사 · 약사) 및 직원 22명으로 병원이 문을 열었다. 개원 후에는 강릉 지역의 노숙인과 무연고 환자들이 입원실이 모자랄 정도로 모여들어서 병원 근처 여관방을 빌려 환자 간호와 숙식을 제공하는 등 호스피스 간호를 실시했다.

 

2002년 전면 재건축을 실시한 갈바리의원은 현재 임종실 1병상 포함 16병상을 운영 중이고, 오진복 원장 수녀를 비롯해 의사 1명과 간호사 10명 등 18명이 일하고 있다. 호스피스가 병원의 주된 업무이지만, 만성질환자와 말기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외래진료를 하는 한편 가정방문 호스피스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죽이는 수녀들)라는 묘한 제목의 연극과 책이 있다. ‘자매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후암동의 모현호스피스에서 일하는 수녀가 방문한 가정 중에 연극 관계자가 있었는데, 자매회 수녀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고 감명을 받아 만들어진 연극과 책이 바로 ‘죽이는 수녀들’이었다.

 

2013년 연말에는 KBS TV를 통해 ‘블루베일의 시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바로 갈바리의원의 100일을 담은 기록이다. ‘블루베일의 시간’은 같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자매회 수녀들이 착용하는 블루베일은 성모 마리아의 망토 색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갈바리의원은 3층 구조다. 1층에는 외래진료실과 사무실 등이 자리하고, 2층은 호스피스병동이며, 3층은 수녀 6명이 생활하는 수녀원이다. 1인실 3개와 2인실 6개, 임종실 1개와 기도실, 실내정원 등이 마련된 호스피스병동에는 곳곳에 사연이 아로새겨져 있다. 실내정원에는 늘 은은한 기운이 감돈다. 이곳의 화분들에는 ‘민혁 아빠,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사랑해’ 같은 가족의 응원 푯말이 꽂혀 있다.

 

갈바리의원의 진료시간은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토 ·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진이다. 입원 상담은 진료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가능하다. 전화 또는 방문해서 상담한 후 입원 예약일을 정한다. 종교나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원할 수 있다.

 

가톨릭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뿐 아니라 개신교나 불교 신자도 입원에 문제가 없다. 목사나 승려가 병실에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이유다.

 

갈바리의원이 다른 호스피스 시설과 다른 점은 수녀들이 24시간 대기한다는 점이다. 수녀원이 3층이어서 ‘5분 대기조’처럼 언제든 환자를 돌볼 수 있다. 임종 직전에 집으로 가는 환자들도 간혹 있지만, 그동안 의원에서 생을 마친 환자가 3천여 명에 이른다. 환자가 임종하면 전 직원과 봉사자들이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장례미사와 묘지 동반 등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살과 낙태 등 죽음의 문화가 판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임종을 맞도록 함으로써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데 기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죽이는 곳이 아니라 살리는 곳, 잘 죽이는 수녀들이 생명을 꽃피우는 곳이 바로 갈바리의원이라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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