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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9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광주시작장애인복지관 팀장
  • 수상자(단체) : 김민석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위한 도전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의 김민석(53) 씨는 요즘 거리로 나가는 일이 많다. 버스정류장에 나가 시각장애인들이 혼자 버스를 타기 위해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살피고, 은행에 가서 ‘시각장애인들에게 ATM 이용법을 교육할 테니 현금자동입출금기를 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비시각장애인에게 보장된 것들은 가능한 한 시각장애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위해 발로 뛰는 그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제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몰랐어요. 하도 어릴 때 시력을 잃어서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으니까요.”

 

1984년 청주맹학교를 졸업한 김민석 씨는 안마사가 되었다. 졸업을 하면 100% 안마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대학을 가거나 다른 직업을 생각해볼 여지는 없었다.

 

안마사로 일하던 1993년, 김민석 씨는 문득 컴퓨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15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386 컴퓨터를 덥석 샀다. 그리고 서울의 한 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점자 컴퓨터 교재를 사서 파고들었다.

 

PC통신을 하기 위해 컴퓨터와 전화 회선 사이에 모뎀을 끼우면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열어봤던 날, 김민석 씨는 생각보다 컴퓨터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부품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컴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컴퓨터를 능숙히 다루게 되었고,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컴퓨터전문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1년 8월, 김민석 씨는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의 정보화교육 강사로 정식 입사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는 반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윈도우 운영체제, 하드웨어의 작동원리, 인터넷이나 텔레통신 이용법을 가르쳤다. 컴퓨터를 독학으로 익힌 그는 효율적인 습득법을 알고 있었고, 수강생들 모두가 자신처럼 컴퓨터를 잘하길 바랐다.

 

우선 컴퓨터 학습교재를 점자, 확대본 및 음성 교재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시각장애인 1,000명당 점자습득자는 60명 정도로, 10%도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컴퓨터 활용에 있어 빈번하게 써야하는데 잘 잊어버리는 내용을 녹음하고 CD로 만들어 점자를 모르는 수강생들에게 배부했다. 약간의 시력이 있는 수강생들에겐 확대본의 교재를 나눠줬다.

 

이런 방식으로 11년간 약 50여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정보화교육을 제공했고, 2012년 5월에는 수강생 중 한 명이 장애인정보검색대회에 광주시 대표로 출전해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김민석 씨는 컴퓨터에서 멈추지 않고, 자비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해 시각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의 교육재활팀장을 맡아 시각장애인의 교육재활에 힘을 쏟았다. 김민석 씨는 “실명하는 순간 그 사람은 문자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그러면 재활능력이 떨어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외톨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실명자들을 위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점자를 배우는 반 두개를 편성했다. 점자의 감각을 익히고 자음·모음의 원리를 배우고 쓰고, 약자를 터득하고, 읽기까지의 교육단계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계획을 세우고 학습교재를 만들었다.

 

그 결과 백여 명의 점자 교육 수료생 중 다섯 명이 일반문자를 점자로 번역해주는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2016년에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점역교정 부문에서 금메달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김민석 씨는 4년 전부터 시각장애인의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권익옹호팀에서 일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로 인식개선캠페인을 다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다는 광주 남구청의 ‘무장애(Barrier Free) 남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8년간, 비시각장애인이 누리는 것을 시각장애인 역시 누릴 수 있도록 애써 온 김민석 씨.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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