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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8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사랑의 보일러 교실 대표
  • 수상자(단체) : 이영수

절망 속의 따뜻한 위로 ‘사랑의 보일러’

 


이영수(63) 씨에게 1998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보일러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명장(名匠)’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보일러 무료 수리 활동의 공을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상’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무척이나 암울했다. TV를 켜면 외환위기로 인해 멀쩡히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내몰리는 실직자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망하는데 나와 내 가족만 잘 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이 씨는 고민 끝에 어려운 이웃에게 자신의 보일러 기술을 전수해 ‘평생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로 마음먹고 ‘사랑의 보일러 교실’의 문을 열었다. 실직자와 노숙자 등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일 저녁 2~3시간씩 이론 강의와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한 기수의 수업 기간은 6개월이다. 1999년 처음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매년 2기수 씩 20년 동안 총 40기를 배출했다. 이 과정을 마친 졸업생 숫자만도 1,000명에 육박한다.


졸업생들은 6개월 동안 공부하면서 평균 2.7개의 보일러 관련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졸업 후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다


수강생을 뽑을 때는 부양가족이 많거나 생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주고 있다. 실직자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 설립 취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졸업생 중에는 이 씨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도 있다. 회사를 다니다 실직을 한 사람이었는데,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자살을 하려고 한강에 갔다고 한다.


“출렁이는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TV에서 본 ‘사랑의 보일러 교실’ 생각이 나더랍니다. 죽기 전에 그곳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고 하고 발길을 돌려서 저를 찾아왔었죠.”


그 졸업생은 6개월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 앞 기수 선배와 함께 보일러 관련 사업을 창업해서 요즘 잘 나가고 있다.


수강생들 나이로 보면 50대 전후가 가장 많지만 딱 한 번 공고에 다니고 있던 고등학생이 찾아온 적이 있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 부모가 정신 좀 차리라고 직접 손을 잡고 데리고 온 이 학생은 아버지뻘 되는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칭찬과 귀여움을 듬뿍 받으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학생은 졸업 후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씨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다면서 다시 찾아왔다. 졸업생에게 주례를 서 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사랑의 보일러’


이 씨는 ‘사랑의 보일러 교실’ 수강생을 모집할 때 사회봉사 60시간 참여를 약속받고 있다. 봉사야말로 인생의 실패를 딛고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해보면 내 기술이 실제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교육생들도 보일러를 직접 고쳐보면서 자신감을 얻지요. 교육하는 입장에서는 인턴 과정 같은 실습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수강생들은 졸업 후에도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조손 가정을 찾아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수리해주고 있으며 큰 피해를 입은 수해 지역에도 나가 봉사활동을 해왔다.


희망의 불씨를 얻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영수 씨는 오늘도 힘을 내서 사랑의 보일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영수 씨가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랑의 보일러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훈훈하고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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