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8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충남 공주
- 수상자(단체) : 김희선
‘금빛’ 내조의 여왕
패럴림픽 金 남편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사는 김희선(30) 씨는 2019년 1월 15일 셋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김 씨의 남편은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7.5km 좌식에서 금메달을 딴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선수인 신의현(38) 씨다. 남편은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15km 좌식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태아는 ‘패럴림픽 베이비’인 셈이다. 부부는 그래서 아이 태명을 ‘금’과 ‘동’을 합친 ‘금동이’로 부른다.
베트남 출신 주부인 김 씨는 패럴림픽 이후 남편과 함께 매스컴을 많이 탔다. 그런 김 씨가 이번에는 제30회 아산상 효행가족상 수상자로 선정돼 남편의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됐다. 시각장애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지체장애인인 남편이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는 데 내조한 공로다.
18세 때 만나 한 달 만에 결혼한 장애인 남편
김희선 씨는 1988년 베트남 동탑성 라이붕 지역에서 태어났다. 5살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부모의 곁을 떠나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김 씨는 18세 되던 2006년 남편 신 씨를 만나 국제결혼을 했다.
남편 신 씨는 2005년 2월 대학 졸업식 전날 차를 타고 집에 오는 도중 맞은편에서 오는 1.5톤 트럭과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어 평생을 휠체어나 의족으로 살아야 하는 1급 지체 장애인이 됐다.
두 사람은 만난 지 한 달 만인 2006년 4월 13일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 씨는 “남편을 처음 볼 때 베트남 남자처럼 보여 친근함을 느꼈다. 장애는 사전에 알고 선을 봤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련을 견디게 해준 시어머니와 첫딸
결혼 4개월 후 남편과 함께 생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김 씨는 남편의 고향 집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김 씨는 시부모가 관리하는 밤 농사와 23번 국도 변의 농산물 판매점에서 장사를 도우며 한국생활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 신 씨는 결혼하고 나서도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매일 술에 의존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김 씨는 다 포기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남편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때 김 씨에게 의지가 된 존재는 친딸처럼 살갑게 대해준 시어머니와 결혼하자마자 얻은 첫딸 은겸이었다.
김 씨의 베트남 이름은 ‘마이 킴 히엔’이다. 김희선이라는 이름은 시어머니가 시각장애인인 남편을 둔 자신과 닮은 삶을 사는 며느리가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그녀의 베트남 이름에 있는 ‘킴’과 ‘히’의 어감을 살려 지어줬다.
운동선수 남편을 내조하며 얻은 가정의 평화
2009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냈던 남편이 마을 사람의 권유를 받아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남편은 운동에 두각을 보여 충남 아산시 휠스파워농구단에 들어갔다. 종목을 바꿔 2012년 장애인 아이스하키, 2014년 휠체어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노르딕 스키로 주 종목을 변경하더니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실업 스포츠 클럽인 창성건설 노르딕 스키팀에 들어갔다.
김 씨는 운동선수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남편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기 위해 2013년에는 동네에서 가까운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직해 약 3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남편과 가족들에게 몸에 좋고 맛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어 요리학원을 다녀 2013년에는 한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김장철이면 배추 200포기를 담근다. 결혼 12년 만에 완전 한국 아줌마가 됐다.
김 씨는 “남편이 운동을 통해 가족의 일원으로 돌아와서 너무 좋고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