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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8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전남 진도
  • 수상자(단체) : 박유순

투잡 ‘도깨비 어매’의 소확행

 

 

“나이 들어 아파서 다행이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상고야리에서 사는 박유순(75) 씨는 여느 농촌 할머니처럼 몸이 성한 데가 없다. 무릎 연골이 망가지고 허리도 아파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8남매를 모두 출가시킨 박 씨는 지금도 아픈 몸을 이끌며 혼자 4천 평의 밭에서 대파, 배추, 울금 등의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농사를 지으며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의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어서다. 박 씨는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아팠으면 어떡했겠느냐. 나이 들어 지금 이렇게 아프니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박유순 씨에게는 농사 말고 또 다른 직업이 있다. 신발 장사다. 농촌 할머니에게 드문 투잡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서 신발 장사를 하던 여동생의 권유로 1981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37년이나 됐다.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진도읍장과 매 4일과 10일에 열리는 진도 임회면 십일시장에서 신발을 판다. 신발은 장화, 고무신, 작업화 등 농민들이 주로 신는 것들이다. 박 씨는 이렇게 농사와 신발 장사를 하며 8남매를 키우고 가르쳤다.


엄한 시어머니와 속 깊은 며느리


진도군 임회면이 고향인 박유순 씨는 1964년 결혼했다. 남편(작고)은 형부의 친구였는데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매우 엄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우리 “며느리 같은 애가 없다”고 말씀하고 다니셨다. 다 이유가 있었다. 그때 박 씨는 남의 집 농사를 거들어주고 품삯을 받았는데 하나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시어머니에게 드렸다. 시어머니가 어른 도리를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아이들 용돈이나 책값은 늘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왔다. 박 씨는 “어머니 손에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았다”고 말한다.


‘도깨비 어매’로 불린 사연


박유순 씨는 동네에서 ‘도깨비 어매’로 불린다. 곧잘 밤에 불쑥 나타나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낮에 남의 집 농사를 지어주고 품삯을 받으니 정작 자기 농사를 지을 시간은 밤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계속 일하다 보니 밤 농사도 대낮에 하는 일처럼 익숙해졌다.


사실 박 씨는 8남매가 아니라 9남매를 낳았다. 그 중 1987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다섯째 딸이 신장병으로 사망해 가슴에 묻었다. 가난 때문에 딸에게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았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박 씨가 밤낮없이 논밭을 일구며 억척스럽게 농사일을 해온 것도 그때부터였다.


잘 자라 고마운 8남매의 가족애


8남매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모난 데 없이 착하게 잘 자랐다. 모두 결혼하여 박 씨의 손자, 손녀만 스무 명에 이른다. 2018년 9월에는 장남 영섭(44) 씨 내외가 결혼 5년 만에 삼둥이를 낳은 경사를 맞기도 했다.


박 씨의 8남매는 여름휴가나 추석, 설 등 명절에는 어김없이 진도로 모인다. 손자까지 30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보니 집이 비좁아 거실에 텐트를 치며 자거나 읍내 둘째 딸 집에 분산해서 잔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여행도 다닌다. 2018년 신정에는 제주도를 2박3일 일정으로 다녀갔다.


삶의 원동력 긍정 마인드


평범한 농촌 할머니인 박유순 씨. 홀어머니로부터의 힘든 시집살이를 군소리 없이 견뎌내고, 집안일을 잘 살피지 않은 남편 대신 농사를 짓고, 주렁주렁 매달린 자식들에게는 따뜻한 엄마 노릇을 훌륭히 해냈다. 옛날에는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지금 세상에는 누구도 쉽게 따라 하지 못 하는 일, 그걸 박 씨가 해낸 원동력은 다름 아닌 고된 삶 속에서 터득한 ‘긍정 마인드’였다. 박 씨는 “자랄 때 변변히 못해 준 자식들에게 대접받고 있어 미안하면서도 행복하다. 특히 자식들로부터 ‘엄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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